증시에 또 '깡통株' 주의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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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주식시장에 또다시 껍데기 회사에 대한 주의보가 내려졌다.

지난달 말 1조3천억원대의 주식대금 가장납입 사건이 검찰에 적발된 데 이어 27일 다시 1조8천억원대의 비슷한 사건이 추가로 적발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전·현직 대표가 구속된 상장회사 디에이블을 포함해 14개 상장·등록회사를 수사 중이라고 밝혀 시장의 불안감이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디에이블과 이미 퇴출된 삼애인더스 등 몇몇 공개된 회사를 제외하고 새로 수사선상에 오른 기업이 어디인지 알기 위해 수소문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회사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가 된 디에이블은 이날 하한가를 기록했음에도 평소의 20배가 넘는 7백만주 이상 거래돼 배경에 의혹이 일고 있다. 검찰도 "조사 중인 회사 중 일부는 주가가 폭락한 가운데서도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어 선량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델타정보통신 등의 주금 가장납입 사건 주범인 사채업자 반재봉씨의 계좌를 추적한 결과 밝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식대금 가장납입이란 회사 설립이나 증자를 위해 납입된 자본금을 관계당국에 신고한 즉시 대주주가 빼내 횡령하는 것이다. 최근엔 돈 한푼 없이 사채업자로부터 빌린 자금으로 유상증자 등에 참여해 경영권을 빼앗은 뒤 곧바로 자금을 빼내 갚는 인수·합병(M&A)에 주로 이용되고 있다. 상장·등록 폐지 기준이 강화된 뒤 퇴출을 모면하기 위한 유상증자에도 주금 가장납입이 종종 이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처럼 주금 가장납입을 통해 회사가 껍데기만 남더라도 일반투자자들이 알아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감독당국도 공시 위반과 주가 조작 등의 징후가 포착되기 전에는 개별 회사의 자금 사용처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어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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