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회는 특히 한국이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점, 한·일 강제병합 100주년이 되는 해의 65주년 독립기념일(광복절)에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인도 출신인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벤카트 마니(독일어학부) 교수는 “공교롭게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1947년 독립한 날도 8월 15일”이라며 대회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대회 조직위원장인 중앙대 정정호(영문학과) 교수는 인사말에서 “한국은 전근대와 근대, 탈근대적 특성을 모두 갖춘 나라”라며 서구 일변도에서 탈피 중인 요즘 비교문학 흐름에 한국이 적격임을 강조했다.
국제비교문학회 세계대회가 15일 개막했다. 왼쪽부터 마트 모포르 국제비교문학회 총무이사(벨기에 브뤼셀대 교수), 스티븐 손드럽 국제비교문학회 차기 회장(미국 브링검영 대학 교수), 정정호 대회 조직위원장, 박범훈 중앙대 총장, 만프래드 슈멜링 국제비교문학회 회장.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헤르타 뮐러, 한국의 소설가 황석영·이문열씨 등이 참가한다. [김경빈 기자]
이 고문은 “이런 해, 이런 달에 과거 나라를 잃었던 한국에서 비교문학 대회가 열린다는 것은 문학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세계 질서를 주도한 G7(선진 7개국 정상회담)이 확대된 G20이 세 달 후 한국에서 열리는 것도 단순히 세계 금융위기의 충격을 반영한 게 아니라 비교문학의 변화 흐름과 맞아 떨어진다”고 했다.
강연의 주제는 ‘솔로몬의 판결은 아직도 진행 중(King Solomon’s judgment is still in process)’. 서로 자신의 아이임을 주장하는 두 어머니 사이에서 진짜 어머니를 가려낸 이스라엘 왕 솔로몬의 지혜는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신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지혜도 타락해 오늘날 여러 문제들이 발생했다는 요지였다. 인간의 지혜가 지식에서 단순한 정보를 거쳐 데이터로 전락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이를 역전시켜 지혜를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고문은 특히 그런 역할을 비교문학이 맡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개별 문학, 혹은 문화의 감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비교문학이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고문은 이런 주장을 시대와 지역, 역사와 언어를 가로지르는 특유의 논리, 해박한 지식을 통해 전개했다. 성경과 중국의 고전은 물론 라파엘의 그림, T S 엘리엇의 시와 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의 저작 등을 인용했다. 참가자들을 솔로몬의 지혜를 얻으려 사막을 건넌 이교도, 시바의 여왕에 빗대기도 했다.
그리스·로마 문학이 유럽에 미친 영향을 전공한 독일 보훔대 알폰스 크나우트(로마문헌학) 교수는 “주제가 글로벌하고 이야기의 틀이 아주 잘 정돈돼 있는 것 같다”고 했다. 16일에는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헤르타 뮐러, 20일에는 소설가 이문열씨의 기조 강연이 있다.
글=신준봉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