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들 잇따라 현지조사 나서 국내 기업 실적·주가 전망에 보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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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대만을 찾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부쩍 늘고 있다.

세계 정보기술(IT)경기 흐름을 잘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주가 흐름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만은 PC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마더보드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70%가 넘는 등 각종 IT 제품을 많이 만들고 있다.

실제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 5명은 지난 달 28∼31일 대만을 다녀왔고,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 4명은 지난 5∼8일 대만 IT업체들을 탐방했다. 대신경제연구소·교보증권 관계자들도 각각 이달 말, 12월 초에 대만으로 떠난다. 현대증권은 내년부터 아예 분기마다 대만을 찾아갈 계획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요즘엔 대만을 가지 않고 IT 경기를 전망하면 투자자들이 믿으려 하지 않는다"며 "이는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 등 IT주들의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왜 가나=애널리스트들이 대만을 찾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첫째, 대만은 세계 IT 경기의 현재 상황 뿐만 아니라 향후 전망을 가늠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예컨대 마더보드 출하량을 보면 대략 2주∼1달 이후의 PC 수요를 알 수 있는데 대만은 마더보드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다.

또 대만은 전세계 노트북·PC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각각 약 65%, 40%다.

둘째, 국내 IT 기업들에 대한 실적이나 주가를 전망하는 데도 보탬이 된다. 대만 업체들은 D램·LCD 등에서 국내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반도체 가격 동향을 보다 잘 알 수 있다. 애널리스트들이 대만을 방문하면 빼놓지 않는 곳이 D램 현물가격 정보 제공업체인 D램익스체인지다. 교보증권 김영준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D램익스체인지가 낮 12시30분(한국시간 기준)에 발표하는 D램가격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평소에 D램익스체인지와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아야 반도체 가격을 제대로 전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IT 경기 전망은=최근 대만을 다녀온 애널리스트들은 향후 IT 경기를 장밋빛으로만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들은 기업들이 PC 등 IT 부문 투자에 여전히 소극적인 데다 반도체 가격이 추가적으로 오르기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동양종금증권 민후식 기업분석팀장은 "이번 대만 방문에서 IT 수요가 회복되고 있다는 징후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가공) 시장점유율 55∼60%인 TSMC의 공장가동률이 3분기 79%에서 4분기에는 53∼54%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내년 하반기에나 IT 경기가 제대로 살아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내년 1분기에 반도체 가격이 탄탄한 흐름을 보여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미래에셋증권 김경모 IT팀장은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PC 수요 비중이 커지고 있고, 내년 2월 춘절(음력 설날)에 즈음해 신학기 PC 수요가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PC 비수기인 2분기에는 반도체 가격이 약세를 면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재식 기자

angelh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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