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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라크와 전쟁하면 무슨 무기로 어떻게 공격할까요 '눈 달린'스마트彈<탄>으로 무기庫<고>부터 파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임박했다는 뉴스가 자꾸 나오면서 과연 이번 전쟁에는 어떤 신무기가 사용될까 하는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어요. 미국은 1991년 이라크와 처음 싸운 걸프전 때 첨단 전자무기를 동원해 사상 최초의 '하이테크 전쟁'을 치른 것으로 유명하지만 이번에는 그때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발전된 무기들을 선보인다고 해요. 이번주 틴틴월드에서는 미국이 어떤 무기로 이라크와 전쟁을 벌일지 알아봅니다.

편집자

1. 미국은 어떤 무기를 동원해 이라크를 공격할까요.

미국의 전력(戰力)은 걸프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습니다. 특히 IT(정보기술)산업의 발달에 힘입어 감청·목표추적·통신기술 등은 걸프전 때의 최고 20배까지 발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따라서 이라크는 재래식 무기로는 도저히 미국과 싸움이 안되는 만큼 한꺼번에 수천, 수만명을 죽일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로 미군에 큰 인명피해를 주는 한편 자국 내 민간인들을 인간방패로 삼아 지구전을 벌이려 들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으로서는 이를 절대 막아야 합니다. 미군의 인명피해가 커지면 미국 내 반전여론이 높아지고, 민간인 피해가 늘면 아랍권과 국제사회의 반미감정이 높아져 자칫 공격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거든요. 그래서 미국은 고도로 지능화된 무인 첨단무기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를 집중 파괴한 다음 지상군을 들여보내 전쟁을 끝낸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전쟁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사람을 대신하는 무인지능무기의 역할이 클 것으로 보여요. 미국은 내년도 국방예산을 올해보다 4백80억달러 늘어난 3천7백90억달러로 책정하고, 늘어난 예산 대부분을 첨단무기 생산에 쏟아부을 계획입니다. 미국이 유달리 첨단무기에 집착하는 이유는 월남전에서 미군 5만8천명이 전사했지만 첨단무기를 앞세운 걸프전에선 1백43명(다국적군),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선 불과 4명의 전사자만 낸 데서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냉전 종식으로 극심한 불황에 허덕여온 미국 군수산업의 숨통을 틔워주고 전세계에 지속적으로 무기를 팔려는 속셈이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많아요. 실제로 보잉·록히드마틴 등 미 군수업체들이 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년대 들어 10% 선까지 떨어졌지만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국방예산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리면서 주가가 최고 46%나 뛰어오르는 등 이들은 10여년 만에 대호황을 맞고 있어요.

2. 그같은 무인지능 첨단무기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요.

무인전투기와 스마트 폭탄이 걸프전 때의 스텔스기와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대신해 이번 전쟁의 새로운 주역이 될 전망입니다. 스마트 폭탄은 인공위성에서 내려보내는 정보를 인식해 목표물을 수십km 밖에서 쫓아가 폭파시키는 말 그대로 '똑똑한'폭탄입니다. 미군은 전쟁 발발 즉시 이 폭탄을 2만발 이상 쏟아부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고 수백곳을 일시에 파괴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동시에 신형 아파치헬기 편대에 탄 특수부대가 이라크군의 레이더망을 파괴해 통신체계를 마비시키면 호네트 F18기 등 최신예 전투기 수백대가 이라크 영공을 장악하고 이라크 대공포망과 군기지를 초토화합니다. 이어 레이더와 정밀카메라로 적진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포착하는 무인전술항공기(TUAV) 수십대가 바그다드 상공을 날아다니며 사담 후세인 대통령 등 이라크 지휘부를 추적합니다. 만일 이 항공기의 눈에 후세인 대통령이 포착되면 그는 바로 항공기에서 발사된 미사일의 제물이 될지도 모릅니다.

미국은 걸프전 첫날 하루 동안 목표물 1백43개를 파괴했는데 이번에는 하루 동안 표적 1천5백개를 파괴할 수 있어, 소요병력도 걸프전 때의 절반인 20만명이면 충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요.

그러나 버튼만 누르면 알아서 표적을 파괴하는 첨단무기란 이라크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비정하기 짝이 없는 대량살인도구일 뿐이란 점을 알아야 해요. 걸프전 당시 미군의 첨단무기에 숨진 이라크군은 8만~10만명에 달한 걸로 알려져 있어요. 무기의 파괴력이 더욱 커진 이번 전쟁에선 희생자가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3. 끔찍하군요. 그렇다면 이라크는 어떤 무기로 맞설까요.

이라크는 걸프전 참패와 미국의 경제제재가 겹쳐져 군사력이 크게 약화됐습니다. 걸프전 때 이라크의 전력은 다국적군의 1천분의 1로 추산됐는데 지금은 5천분의 1 이하로 떨어졌어요. 그러나 이라크는 그동안 상당한 양의 생화학무기를 개발해 숨겨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요. 드러난 것만 해도 2백t의 VX가스·8백t의 사린가스·3천8백t의 겨자가스·8천3백ℓ의 탄저균포자·2만ℓ의 보툴리누스균을 갖고 있다고 해요. 이스라엘까지 날아가는 스커드 미사일 탄두에 이 무기들을 실어 공격하면 수백만명은 가볍게 살상할 수 있다는군요. 생사의 기로에 놓인 이라크로서는 이렇게 해서라도 살 길을 찾으려들 가능성이 커요. 참혹한 결과에 놀란 국제사회가 미국에 압력을 넣어 전쟁을 중단시키도록 유도한다는 거죠. 실제로 이라크는 84년 이란과 전쟁할 때 이란 피난민들에게 겨자·사린가스 1백t을 뿌려 2만명을 숨지게 했고, 88년 3월엔 쿠르드족 마을에 화학탄을 뿌려 5천여명을 숨지게 한 전력이 있어요.

4. 첨단무기로 속전속결한다는 미국의 전략에 걸림돌은 없을까요.

미군의 첨단무기들이 아무리 정확해도 잘못된 정보 때문에 목표물이 틀리게 설정되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99년 코소보 전쟁 때 유고연방 주재 중국 대사관을 적군의 지휘부로 착각해 스마트 폭탄 3발을 투하했고, 아프가니스탄에서도 10여차례나 미군과 민간인을 오폭하는 등 정보 수집에 허점을 자주 노출했습니다.

특히 이라크는 걸프전 이래 11년간 유엔의 무기사찰을 따돌려온 경험을 활용해 온갖 교묘한 방법으로 미국의 정보망을 마비시킬 가능성이 있어요. 생화학무기를 트럭에 싣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위성추적을 피하는가 하면 최근엔 사원·학교·병원 등의 지하에 이 무기들을 옮기고 있다는 소문도 있어요.

이럴 경우 미국이 제 아무리 똑똑한 폭탄을 사용한다 해도 민간인들의 피해가 크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 또 생화학무기고만 정확히 파괴하더라도 그 잔해에 남은 무기 파편가루가 공기를 타고 수백km 퍼질 가능성도 있어요. 이 경우 이라크 민간인은 물론 이라크에 들어간 미군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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