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3이회창-노무현 대결 점화]"부패정권 심판" -保革구도로 부동층 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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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는 25일 여유를 보이려 애썼다. 그는 이날 iTV 토론회에서 "운동 중에는 선거운동이 최고다. 감기 걸릴 틈이 없다"고 농담을 했다. 건강관리에 대한 질문을 받고서다.

그의 측근들은 "민주당 노무현 후보로 단일화돼 李후보가 부담을 덜 느끼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鄭후보로 단일화됐더라면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총재 등이 가세할 수 있고, 충청권 공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계산했다는 것이다. 1997년 대선 때 DJP 연합군의 위력을 경험했던 李후보다.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은 "노무현 단일화는 낫 더 베스트 벗 낫 더 워스트(not the best but not the worst:최선은 아니지만 최악은 피했다)라는 게 당내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당내 이곳저곳에선 '노무현 단일화'에 대한 긴장감이 엿보였다. 당직자들의 표정에선 여유가 사라졌다. 일부는 97년 대선 패배를 떠올리기도 했다. 李후보도 자신이 단일화 후보에 뒤지는 여론조사를 거론하면서 당직자들에게 분발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그동안 당직자들이 "단일화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론에 안주하면서 이 같은 내용의 보고를 李후보에게 집중적으로 해왔던 '문제점'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외부 인사를 받아들이면서 일정한 선을 그어오던 李후보가 이날 토론회에서 JP·이인제(李仁濟)·이한동(李漢東)의원 등을 거명하며 "우리와 동참한다면 얼마든지 같이 가면서 정권교체를 이루고 싶다"고 말한 것도 위기의식 때문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는 이날 盧후보와 맞설 기본전략으로 '부패정권 심판론'과 '보혁(保革)대결'을 내세웠다. 李후보는 "이번 대선은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을 유지하는 세력과 정권교체 세력과의 대결이며, 급진적이고 불안한 세력과 안정적이고 합리적이고 경험과 경륜 있는 세력의 대결이 됐다"고 현 정권을 거듭 공격했다.

당의 노무현 후보에 대한 공격은 한결 거칠어졌다. '노무현=DJ 후계자'라는 성명이 줄을 이었다. 서청원(徐淸源)대표는 "盧후보는 부패 정당이자 DJ당인 민주당의 후보였고, DJ의 충직한 계승자를 자처했다"며 "지난 두 차례 선거에서 확인된 국민심판이 다시 내려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나라당은 盧후보로의 단일화가 이뤄지면서 대대적인 선거전략 수정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부산·경남의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이 지역에서의 노풍(盧風·노무현 지지바람) 저지가 긴급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부산에 선대본부를 꾸릴지 모른다는 첩보까지 입수돼 이 지역 의원을 모두 현장으로 보내기로 했다. 李후보가 충남 예산에서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한다는 당초 계획은 부산 출발로 바뀌었다.

李후보가 전국을 순회하며 지방의 젊은이들과 만나는 이벤트를 보강하고 정책위에선 '젊은이를 위한 이회창의 약속'을 시리즈로 내놓을 방침이다.

최상연 기자 chois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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