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해적판과의 싸움 할리우드,'正道'밖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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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은 '역사적인' 날이었다. 냅스터에게 초토화되는 음반업계의 모습을 보면서 인터넷에 대해 근원적인 적대감을 품게 되었던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자진해서 온라인 영화 서비스를 시작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워너 브러더스·파라마운트·유니버셜·소니·MGM 등 5대 스튜디오가 합심해서 만든 그 서비스의 이름은 무비링크(www.movielink.com). 놀라운 것은 그들이 공식적으로는 처음으로 인터넷에 선보인 1백70여편의 면면이다. '티파니에서 아침을'과 같은 고전에서부터 '뷰티풀 마인드'와 같은 최신작까지 망라했다.

그러나 무비링크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해서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인터넷에서 당장 떼돈을 벌 수는 없을 것이 자명하다. 내려받고 나서 30일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지워지고 다른 사람과의 공유도 불가능한 영화 파일을, 적게는 2달러에서 많게는 5달러까지 내고 구매할 네티즌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무비링크의 사장인 짐 라모마저도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단기적으로 무비링크의 목적은 온라인 영화 시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가격 체계가 합리적인지를 시험하며 불법 영화 파일의 유통을 감소시키는 것"이라고 밝혔을 정도다.

부족하나마 그런 식으로라도 인터넷을 새로운 수익 채널로 개발하려던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의 계획은, 그러나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무비링크가 오픈한지 채 이틀도 지나지 않은 지난 13일, 미국에서의 개봉을 하루 앞둔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이 해적판 파일로 만들어져 인터넷에서 돌고 있다는 워너 브러더스사의 발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 발표와 함께 전세계 와레즈 사이트(불법 파일을 공유하는 사이트)와 P2P(Peer to peer:개인끼리 파일을 주고 받는 것)서비스는 '해리 포터…'의 해적판을 찾으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렇게 개봉을 앞두고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워너는 '모든 법적수단'을 거론하며 최대한 파일의 확산을 막아보려 했지만, 이미 사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태다.

개봉도 안한 최신작 영화가 인터넷을 통해 불법 유통되는 사례는 그리 드물지 않다.

결국 스튜디오 입장에서 이러한 해적판을 완벽히 차단할 방법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스튜디오들은 해적판의 출현에 연연해하지 말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무비링크 같은 서비스를 혁신하고 확장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과거 비디오 테이프도 그랬고, 최근의 DVD도 그런 것처럼 해적판과의 싸움에서 결국 스튜디오들이 이길 수밖에 없는 '정품'의 차별화된 면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인터넷 칼럼니스트

chulmin@hipo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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