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7월 파키스탄에 미사일 부품 판매 파키스탄은 우라늄 장비 제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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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핵을 둘러싼 북한과 파키스탄의 협력관계가 예상보다 훨씬 뿌리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뉴욕 타임스가 24일 보도했다.

타임스는 이날 미국과 한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대(對)테러 전쟁에 사용하도록 파키스탄에 제공했던 미국산 C-130 수송기 한 대가 지난 7월 북한에서 탄도미사일 부품을 싣는 것이 미 군사위성에 포착됐다"고 전했다. 파키스탄이 북한으로부터 인도의 전략 요충지를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 부품을 건네받은 증거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 대가로 파키스탄은 북한에 다수의 가스원심분리기 디자인과 고농축 우라늄 추출에 필요한 장비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 측은 그러나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억측"이라며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북한과 파키스탄의 군사 교류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결정적 전기를 맞은 것은 93년 북한의 핵위기 때라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영변 핵 시설을 놓고 미국과 북한이 대치하던 그해 12월에 파키스탄 베나지르 부토 총리가 평양을 방문했다. 당시 부토 총리는 "각국은 평화적 목적의 핵 기술을 획득하고 개발할 권리가 있다"고 말해 북한을 고무시켰으며, 파키스탄은 당시 북한에서 도입한 노동미사일 기술로 98년 4월 가우리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그 대신 94년 미국과의 제네바 합의로 핵 개발 계획이 꽁꽁 묶인 북한은 97년 또는 98년부터 파키스탄으로부터 대안을 찾았다. '파키스탄 핵무기의 아버지'로 불리는 A Q 칸의 도움을 받아 외부에 잘 노출되지 않는 농축 우라늄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게 됐다는 것이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joon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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