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가계 소득 25만원↑… 7년 만에 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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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 2분기 가계소득이 통계를 낸 2003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경기가 지난해보다 호전됐고 수출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율이 고소득층을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지금까진 꽤 좋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올 하반기엔 경제 성장률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고, 미국 경제의 회복력도 강하지 못하다는 우려가 많기 때문이다.

◆저소득층 소득 증가=13일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355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7.7%(25만2800원) 증가했다. 경기가 살아나고 수출이 늘어남에 따라 근로소득(5.9%)과 사업소득(11.3%)이 늘었다. 또 각종 연금과 보조금 등을 포함한 이전소득(12.7%)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다만 소득 증가율은 금융위기가 한창이었던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한 것이란 점을 감안해야 한다.

소득 5분위별로 보면 서민층이 많은 하위 20%인 1분위 계층의 소득 증가율이 17.9%에 달했다. 상위 20%인 5분위 계층의 소득 증가율(6.4%)의 3배에 가까웠다. 1분위 계층은 근로소득(16.4%)과 이전소득(19%)이 모두 늘었다. 정부의 희망근로사업이 도움이 된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1분기에 비해선 소득(-4.7%)과 가계지출(-5.4%)이 모두 줄었다. 2분기 소득은 상여금 등이 포함된 1분기에 비해 줄어들기 마련이다. 줄어든 소득 탓에 경기 회복세를 체감하기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전년 동기 대비 가계소득은 지난해 3분기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4분기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했다. 이를 감안하면 올 4분기 이후 가계소득 증가율이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전망 밝지만은 않아=네덜란드의 금융회사인 ING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7.1%에서 6.1%로 낮춘다”고 밝혔다. 해외 금융회사가 하반기 들어 올해 한국의 GDP 성장률 전망을 낮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NG는 보고서에서 “3분기 이후엔 재고 증가로 성장률이 높아지는 현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회복에 대비한 재고 확보 등의 생산 활동이 1~2분기의 높은 성장을 이끌었지만 미국의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앞으로는 이런 식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유가 상승에 따라 교역조건도 다시 나빠졌다. 제품 하나를 수출해 수입할 수 있는 양이 얼마인지를 보는 순상품 교역조건 지수는 지난해 2분기 89.4에서 올해 2분기엔 85.9로 3.9% 떨어졌다. 1년 전엔 100개를 수출해 89.4개를 수입할 수 있었지만 최근엔 수입할 수 있는 양이 85.9개로 줄었다는 의미다. 순상품 교역조건 지수가 하락한 것은 2008년 4분기(-13%) 이후 1년6개월 만에 처음이다.

해외 쪽에서도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골드먼삭스는 미국 경제가 잠시 회복기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른바 ‘더블딥’에 직면할 가능성이 25~30%에 달한다고 13일 밝혔다. 인도 언론들은 지난 6월 인도의 산업생산 성장률이 7.1%로 1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김원배·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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