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공장 굴뚝서 연기 없앤 울산:"태화강 재첩은 회생의 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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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백두대간의 끝자락인 울산은 예부터 풍광 좋기로 소문난 고장이다. 하지만 국내 총생산의 15%를 차지하는 산업도시로 변모하면서 '공해도시' 꼬리표가 붙었다.

울산은 이젠 그 꼬리표를 떼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

1970년대부터 공장 굴뚝에서 뿜어내는 '공해'로 몸살을 앓았지만 최근 공해가 줄어들면서 옛 모습이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도심이 된 울산시 남구 삼산동 일대는 80년대까지만 해도 공장에서 배출되는 가스 때문에 벼가 제대로 자랄 수 없을 정도였다. 공단 인근 야음동 일대 옛 주거지도 악취 공해로 시달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주택·상가뿐만 아니라 하천이나 관광 명소인 처용암 주변까지 공장폐수로 오염되기도 했다.

환경오염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확대되면서 울산시와 검찰이 적극적인 단속·규제에 나섰다.

공해 배출 사업장 대표가 구속되는 등 검찰의 형사처벌이 크게 강화됐다.

기업들이 공해의 심각성을 깨닫고 공해물질 처리를 위한 투자액을 늘린 것도 이때쯤이다.

화학공장이 몰려 있는 울산시는 다른 지자체보다 환경처리 기준을 강화해 상대적으로 엄정한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월드컵 경기를 앞두고 사업장마다 몇백억원씩 들여 공해방지시설을 보강해 예년보다 공해 피해가 줄었다.

시궁창 냄새를 풍기던 태화강이나 공장 폐수로 검게 물들었던 외항강 하류 수질이 점차 좋아지면서 온갖 철새가 날아들고 재첩을 채취하는 사람까지 몰리고 있다.

울산은 80년대보다 공장 규모는 몇배 더 커진 반면 공해민원은 줄어 다른 시·도 환경담당자들의 환경 개선 교육장으로 활용될 만큼 크게 달라지고 있다.

울산시가 ▶꽃과 숲의 향기가 가득한 공업도시▶공장과 바다가 조화를 이루고 공장 야경을 즐길 수 있는 도시▶공장에서 별 관찰 대회를 여는 도시▶공단안 숲 ·호수에 철새 도래지가 조성돼 관광 명소가 될 수 있도록 시민들이 나서야 할 때다.

양성봉 교수

울산대 화학생명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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