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있는 중기에 정부 자금 몰아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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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지 못한 일반 중소기업은 정책자금이나 신용보증 등의 지원을 받기 힘들게 된다. 정책자금 지원과 신용보증은 기술력을 인정받은 '혁신형 중소기업'이나 '소기업 또는 소상공인'에게 몰아주고, 일반 중소기업은 은행 등 민간 금융회사 대출을 이용토록 하는 쪽으로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정책의 방향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또 내년부터 정부가 구매하는 물품의 40~50% 정도는 의무적으로 중소기업 제품을 사야 하는 '구매목표비율제도'가 시행된다. 이와 함께 앞으로 5년 동안 규모의 경쟁력이 있는 소재.부품기업인 '모듈부품(자동차 클러치처럼 여러 개 부품을 집약해 한 덩어리로 만든 부품)'업체를 현재 150개에서 300개로 늘리기 위해 5000억원이 지원된다.

산업자원부와 중소기업특별위원회 및 중소기업청은 17일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중소기업특위 확대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중소기업정책 혁신 12개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이희범 산자부 장관은 회의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앞으로 중소기업 정책은 기술력이 있는 혁신형 기업에 지원을 몰아주는 '선택과 집중' 방식이 될 것"이라며 "부품.소재산업 육성에도 이런 원칙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선택과 집중형 중소기업 지원=정책자금이나 신용보증 지원을 받는 '혁신형 중소기업'은 중소기업청이 지정하는 '이노비즈(INNO-BIZ)업체'나 '벤처기업' 인증업체다. 현재 전체 4조7000억원의 정책자금 중 혁신형 중기 지원비율은 22.7%인데, 일차로 이 비율을 2007년까지 35%로 끌어올린다. 이를 통해 현재 1만개(제조업 7000개, 서비스업 3000개)인 혁신형 중소기업을 3만개(제조업 2만개, 서비스업 1만개)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나머지 정책자금은 정부 도움이 절실한 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지원할 계획이다.

◆기술인력 공급 확충=5년 안에 총 3만명의 공업고교생과 대학생 등 기술인력을 중소기업에 공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만명의 공고 3년생이 중소기업에 취업할 경우 ▶2년 동안 병역의무를 연기해 주고▶직업훈련비를 지급하며▶대학 입학 때 등록금 일부를 지원해준다. 공고를 자율학교로 지정해 학교운영에 자율권을 보장해주고, 교재개발비나 실습기자재 구입비 등을 지원한다. 올 상반기 중 16개 공고를 대상으로 시범운영한 뒤 내년부터는 모든 공고를 대상으로 이런 지원제도를 도입한다.

대학의 교수연구실이나 실습실을 중소기업 기술인력 양성기관으로 활용하기 위해 2009년까지 중소기업과 공동연구를 하는 2000개 연구실과 실습실을 산학협력실로 지정해 연간 5000만원의 기술개발자금을 지원한다.

◆부품.소재산업 육성=개별부품을 생산하는 영세 중소기업이 아니라 모듈부품을 생산하는 중견 부품업체를 집중적으로 키운다. 대상은 매출 2000억원 이상, 수출 1억달러 이상 기업으로 현재 이 기준에 드는 기업은 150개 정도다.

브레이크 장치인 ABS를 생산하는 만도기계나 세계적인 자동차용 와이퍼 생산업체인 동양기전 같은 회사가 모델기업이다. 소재기업을 키우기 위해 기업뿐 아니라 대학과 연구소도 기술개발 주관사업자로 지정할 계획이다. 대학 실험실 벤처기업이 더 많이 나올 전망이다.

정경민.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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