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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레저·스포츠 붐 타고 '부활 워밍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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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10년 전부터 국내 생산이 감소하면서 급속히 쇠락의 길을 걷던 신발산업이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한편 전문·특수화를 개발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정부도 국제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정책적인 지원에 나섰다.

◇90년대 들어 내리막길=60년대부터 싼 임금을 기반으로 성장한 한국의 신발산업은 세계 시장을 주름잡던 신발 선진국 일본과 본격 경쟁을 벌였다.

70년대 신발 수요가 크게 늘어 업체들은 라인을 늘리고 공장을 확장했다. 전성기인 80년대에는 생산량의 75% 이상을 수출하면서 효자 상품으로 떠올랐다. 당시 대표적인 신발업체인 삼화고무(92년 도산)는 직원이 1만명을 넘었다.

특히 부산 지역은 풍부한 노동력과 국제 항만을 갖춘 지리적 이점 덕에 일찍이 국내 신발 산업의 메카로 자리잡았고 80년대 후반 세계적인 신발 산업기지로서 명성을 얻었다. 생산과 수출이 최고조였던 90년 부산 신발 산업은 국내 신발 생산의 83.3%, 수출의 81.8%를 담당했다.

그러나 90년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원화 평가 절상·급격한 임금 상승 등 3고(高) 현상으로 동남아시아·중국 등 신흥 생산국에 밀리면서 고전하기 시작했다.

90년 전국의 신발 업체는 1천8백60개, 생산액은 4조3천여억원이었다. 그러나 98년에는 업체수 1천5백59개, 생산액은 1조9천8백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한국의 신발 수출을 주도했던 5대 업체 가운데 삼화고무·태화·진양이 사라졌다.

◇해외 진출로 돌파구 모색=신발 산업이 1992년 산업합리화 업종으로 지정되자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앞다퉈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 산업합리화 지정은 신발 산업이 정리대상 산업임을 의미했다.

대기업이 생산기지를 옮긴 곳은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이었다. 태광실업㈜은 94년부터 베트남에서 '나이키'생산을 대행하고 있다. 이 회사의 베트남 공장은 김해 본사와 디지털로 연결돼 본사에서 베트남 공장의 생산과정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곳에선 1만2천여명의 직원이 연간 8백만족(생산액 1억4천만달러)을 생산하고 있다.

95년 중국 칭다오(靑島)에 진출한 ㈜세원도 연간 5백만족의 나이키를 생산하고 있다. 트렉스타를 생산하는 ㈜성호실업은 95년 중국 1공장, 2000년 중국 2공장을 잇따라 설립하는 등 공격경영을 펼치고 있다.

중동(中東)시장의 문을 여는 데도 성공했다. 부산신발지식산업협동조합과 부산시가 지난 8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와 레바논 베이루트를 방문해 합작투자회사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박수관 부산신발지식산업협동조합장은 "합작투자회사 설립으로 부산 지역 신발업체들은 주문자 상표부착생산(OEM) 수출 방식에서 벗어나 자체 브랜드로 중동에 수출하는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전문화·특수화로 승부=90년대 이후 중견 업체들은 등산화·인라인스케이트화·사이클화·스노보드화·골프화 등 특수화 생산에 주력하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이들 업체는 대부분 신발업이 퇴조하기 시작한 80년대 말에 설립됐다.

㈜성호실업은 경등산화 트렉스타를 개발해 등산화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사이클화 전문업체인 ㈜우연은 일본에 OEM으로 납품하면서 이 부문 세계시장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트바스는 지뢰방지용 군화의 발명특허를 세계 20여개국에등록했다. 한 족에 2백50달러의 높은 가격을 받으며 특수화 부문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마라톤 붐이 일면서 마라톤화 시장을 놓고 업체간 경쟁이 치열하다.

㈜학산이 비트로 마라톤화를, ㈜테즈락스포츠는 테즈락 마라톤화를 시장에 내놨다. ㈜화승은 지난해 로드런 마라톤화를 출시한 데 이어 내년 2월에는 르까프 마라톤화 LSDTI를 선보일 예정이다.

신발업체들은 앞으로 주5일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레저용품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화승의 박영식 부장은 "마라톤을 비롯한 레저 열기 덕에 전문화(專門靴)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돼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지자체도 발벗고 나서=정부는 지자체·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2000년부터 2003년까지 모두 4천1백7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하는 신발산업 육성정책을 펴고 있다.

총사업비 4백76억원이 들어가는 신발산업진흥센터가 내년 4월 녹산국가산업단지에 문을 연다. 5천9백평 규모인 이곳에는 시제품개발 지원센터와 신발산업종합 지원센터가 입주한다. 시제품개발 지원센터에는 샘플제작실·금형기술지원실·디자인 분소·신제품 개발실 등이, 신발산업종합지원센터에는 세미나실·회의실·역사관 등이 자리잡게 된다. 신발업체의 개별 공장·자재창고·부대시설 등도 들어선다.

산업자원부는 신발업계의 마케팅 능력과 시장 정보력을 끌어 올리기 위해 정보화 구축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3개년 사업으로 진행 중이며 1백69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고가·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해 후발국과 차별화하고, 정보를 다양하게 수집해 디자인·마케팅의 효율을 높여 선진국을 압박한다는 전략이다.

지자체도 전문 인력 육성을 위해 해외연수를 적극 주선하고 있다. 부산시는 최근 한국신발피혁연구소 연구원 15명을 이탈리아 등 신발 산업 선진국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피혁 가공 기술, 고기능성 신발 겉창 설계방법, 신발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를 배운다.

부산=김관종 기자

istorkim@joongang.co.kr

지난 14일 오후 신발산업의 도약을 위한 '2002 부산 국제신발섬유패션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벡스코(BEXCO)홀. 20여명의 국내 유명 모델이 국산 골프화·스포츠화를 신고 신발 패션쇼를 펼쳐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국내에서 처음 열린 이날 신발 패션쇼는 하루 종일 북적거렸다. 1960∼80년대 한국 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신발 산업이 부활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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