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합의가 여론조사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盧후보의 지지율 상승이 두드러진 가운데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도 올라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후보단일화의 위력뿐 아니라 그 '역풍(逆風)'도 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영남지역과 40대 이상에서 그렇다.
중앙일보의 지난 11일자와 18일자 여론조사를 비교해 보면 부산·경남지역에서는 李후보 지지율이 47.1%에서 58.6%로 11.5%포인트, 대구·경북지역에서는 57.2%에서 62.3%로 5.1%포인트 상승했다. 40대에서는 41.4%에서 45.9%, 50대 이상에서는 52.9%에서 58.1%로 각각 4.5%와 5.2%씩 올라갔다.
조선일보(한국갤럽 조사) 보도에 따르면 李후보 지지율은 지난 2일자의 34.0%에서 36.1%로,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 조사) 보도는 지난 9일자의 36.5%에서 39.0%로 2%포인트 이상 올랐다.
다만 MBC(코리아리서치 조사)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일자의 35.5%에서 34.7%로 약간 떨어졌다.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다자(多者)대결 구도에서 대부분 盧후보가 鄭후보를 추월하며 2위로 부상했다.
MBC에선 李후보 34.7%, 盧후보 20.8%, 鄭후보 19.2%로 나타났다. 조선일보에선 李후보 36.1%, 盧후보 22.5%, 鄭후보 21.7%였다.
한국일보는 李후보 39.0%, 盧후보 23.1%, 鄭후보 20.3%였다.
이들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 간의 순위가 역전된 것은 두달여 만에 처음이다.
다만 국민일보 여론조사(여의도 리서치 조사)에선 李후보 34.4%, 鄭후보 23.8%, 盧후보 23.5%로 鄭후보가 아슬아슬하게 상대적인 우위를 지키고 있다.
盧·鄭후보의 단일화 경쟁에서도 盧후보의 입지가 강화되는 추세다.
중앙일보 조사에서 '바람직한 단일화 대상'은 盧후보 46.0%, 鄭후보 40.5%였다. MBC 조사에서는 盧후보 38.2%, 鄭후보 35.2%였다.
조선일보 조사에선 盧후보 42.3%, 鄭후보 38.6%였다. 이런 현상도 2개월여 만에 나타나는 것이다.
단일화 후의 본선 경쟁력에서는 여전히 鄭후보가 상대적으로 우세한 입장이다.
MBC 조사에서 李·鄭 맞대결에서 鄭후보가 37.9%를 얻어 李후보(36.8%)를 추월했다.
국민일보 조사에서도 단일후보로 나선 鄭후보(36.8%)가 李후보(36.2%)를 근소하게 앞질렀다.
鄭후보는 조선일보(李후보 39.8%-鄭후보 38.6%)와 한국일보(李후보 46.1%-鄭후보 35.4%)조사에서 李후보에게 뒤지긴 했지만 盧후보에 비해 지지율 격차가 적었다.
그러나 이번 조사가 단일화 합의 직후인 16일 실시됐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 같다. 이 합의가 어느 정도의 영향은 미쳤겠지만 그 파급효과가 정확히 측정됐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단일화가 현실화했을 때의 영향력은 지금보다 클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반대로 이 과정에서 잡음이 생기면 효과는 반감될 수 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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