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4억불 대북지원 의혹 확인" 민주당 "뭉칫돈·주가 조작 규명해야" 통합21 "이익치씨 주장 거짓말 입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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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이 15일 밝힌 "산업은행으로부터의 4천억원 대출 거부" 발언은 정치권에 여러가지 파장을 일으켰다.

한나라당과 국민통합21은 반겼고, 민주당은 정몽준(鄭夢準)후보에 대한 공격으로 연결시켰다.

한나라당은 "4억달러 대북 지원 의혹의 일부가 확인됐다"며 기세등등한 표정이었다. 김문수(金文洙)기획위원장은 "대출받은 4억달러가 회사 경영을 위해 쓰인 게 아니고 정치적 용도로 사용된 게 당시 사장의 증언으로 확인됐다"며 "대북 뒷거래를 위한 돈이었다는 게 분명해졌다"고 단호하게 주장했다.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은 "사장도 모르게 회사 명의로 대출돼 비밀스럽게 쓰였다는 얘기로 미뤄 볼 때 '현대 자구계획에 썼다'는 정몽헌 회장의 변명은 거짓말로 판명된다"고 공격했다.

계좌 추적과 검찰 수사를 요구하며 이슈 재점화를 노리는 한편 의혹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도 보였다.

4억달러 대북 지원설을 처음 제기한 엄호성(嚴虎聲)의원은 "金전사장의 발언은 엄낙용 전 산은총재의 증언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며 "金전사장이 모르는 돈이라니 결국 계좌추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심 당직자는 "4억달러 중 1억달러가 마카오 주재 조광무역을 통해 북한에 전달됐다"면서 자금의 대북 전달 루트에 대한 또 다른 의혹을 펼쳤다.

그는 "조광무역은 외교관 여권을 가진 북한 관리들이 운영하는데, 1994년 6월에는 조광무역 간부가 마카오 은행에 25만달러의 위조달러를 입금했다가 체포되는 등 북한의 비자금 조달창구"라고 소개했다.

국민통합21은 한나라당과 다른 의미에서 金전사장의 인터뷰를 반겼다.

국민통합21 정광철(鄭光哲)특보는 "정몽준 후보가 金전사장의 인터뷰 기사를 읽은 뒤 '현대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아주 정확하게 썼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익치 전 회장의 주장이 거짓말이며 결국 한나라당의 공작정치와 연관돼 있다는 게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 이낙연(李洛淵)대변인은 "4천억원 대북 지원설에 대해 金전사장이 명확하게 증언하지 않아 아쉽다"고 논평했다.

이어 "주가조작이나 뭉칫돈 등에 대한 의혹은 규명돼야 하고, 법적인 문제가 있다면 합당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정몽준 후보를 겨냥했다.

최상연 기자

chois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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