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3>단일화 태풍 … 대선 레이스 요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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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 간 15일 한밤 회동에서의 전격적 협상 타결로 인해 정국 구도가 급속히 재편될 전망이다. 대선 레이스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되는 결과다. 이날 협상은 당초 상징적인 성과를 도출하는 데 그칠 것이란 전망이 무색하게 속전속결로 타결됐다.

鄭후보가 盧후보의 국민 여론조사 제안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鄭후보는 회담장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최종 결심을 했다고 한다. '단일화 방식'은 그간의 핑퐁식 협상에 있어 최대 난제였다. 여론조사 대상을 일반 국민만으로 하느냐, 양당 대의원과 일반 국민을 섞을 것이냐의 문제에 양측의 민감한 이해가 걸려 쉽사리 이견이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회담에 임하기 전까지만 해도 鄭후보 측은 '국민 50%+대의원 50% 여론조사'이상의 최종안을 내놓지 않았다. 물론 盧후보 측의 공식안은 일반 국민 여론조사였다. 그러나 鄭후보는 盧후보 측의 제안을 전격 수용했다.

두 시간 동안 계속된 무릎 대좌에서 盧후보도 토론을 가능한 한 정책 중심으로 하겠다고 鄭후보를 안심시켰다.

양측은 "낡은 정치의 틀을 깨 정치 혁명을 이루도록 최선을 다한다"거나, "정치개혁과 남북관계 발전, 농업 개방 등이 당면 국가적 과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해결 방안에도 의견이 같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대목이 그렇다. 이는 한나라당과 이회창(李會昌)후보를 겨냥한 대목이다.

반(反)이회창 공동 전선을 마련한다는 데 두 사람이 의견을 모은 것이다. 한나라당이 ▶돈 덜 쓰는 방향의 선거법을 무산시키고▶지방선거 압승 이후 영남·충청 지역의 단체장을 동원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성토와 공동 대처에 공감했다고 양측은 밝히고 있다.

盧후보의 신계륜(申溪輪)비서실장, 통합21의 민창기(閔昌基)유세본부장 등 측근들은 "50대의 두 후보는 공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체성이 다른 두 후보가 서로 결합하기 위해선 명분이 필요한데, 양측은 이를 '반이회창'이란 공통 분모를 만들어 돌파하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합의 도출 과정에서 두후보는 서로에 대해 쌓아온 불신도 상당히 털어냈다고 한다. 대선이후 연대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회담 전 양측은 정보전을 방불케 하는 상대방의 '수 읽기'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盧후보는 회담장에 들어가기 전 선대위의 핵심 본부장들과 만나 조언을 들었다. 이들은 "鄭후보 측이 양당 대의원을 새로 뽑을 수 있다는 제안을 해 올 것이다"고 분석하면서 盧후보에게 일반 국민 여론조사는 절대 양보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盧후보도 양당 대의원이 포함되는 鄭후보 측의 절충형 여론조사를 받되 ▶鄭후보 측이 50%로 제시한 양당 대의원 참여 비율을 20∼30% 정도로 낮추거나▶국민 50%+대의원 50%로 하더라도 대의원 여론조사 표본대상을 크게 늘리자는 안을 갖고 들어갔다고 한다. 이와 함께 盧후보 측은 친노(親盧)대의원 선정 작업에 들어갔으나 鄭후보의 전격적인 양보로 일은 쉽게 풀렸다. 이날 합의로 대선 정국에 일대 회오리가 예상된다.

강민석 기자

mskang@joongang.co.kr

노무현·정몽준 후보 합의 8개항

1. 가능한한 여러차례 TV토론을 거친 뒤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후보를 결정한다.

2. TV토론은 정책 중심으로 한다.

3. 여론조사는 객관적인 방식으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4. TV토론과 여론조사는 대선 후보등록 이전에 완료한다.

5.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협상팀에서 결정한다.

6. 후보가 누구로 결정되든 단일후보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7. 두 사람은 낡은 정치 타파와 정치혁명을 위해 노력한다.

8. 두 사람은 정치개혁·남북관계 발전·경제·농업 개방 등이 당면 국가적 과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해결 방안에도 의견을 같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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