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株主중시 경영 감시자 될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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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초단타 매매만 성행하는 투기장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좋은 회사를 함께 골라 키우는 것이다." 증시 사상 처음으로 소액주주 힘에 의한 주주총회 개최를 눈 앞에 둔 강원랜드 주주협의회 박종철(42·PM무역 대표·사진)회장의 말이다. 강원랜드는 소액주주들의 요구로 주가부양과 배당정책, 거래소 이전 계획, 유통주식 확대 등 주주 권익 보호방안이 의제로 상정되는 주총을 위해 14일 이사회를 열 예정이다.

그동안 일부 부도난 회사의 주주들이 감자 등을 막기 위해 주총 소집을 요구한 적은 있지만 성사된 경우는 없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법적으로 소액주주들은 총 주식의 1.5%의 위임을 받아야 주총을 요구할 수 있다. 강원랜드 주식이 2천만주이므로 적어도 60만주 이상이 필요하다.

더구나 주식의 65% 이상을 정부와 지자체·외국인들이 갖고 있어 유통주식이 많지 않다. 하지만 朴회장은 주주협의회를 중심으로 1백만주를 위임받는 데 성공했다.

이 회사 주주협의회는 1년 전 설립됐다. 1999년 공모 이후 주식 사이트의 동호회 형식으로 의견을 나누던 주주들이 강원랜드의 코스닥 등록이 자꾸 늦어지자 회사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주주협의회를 공식 발족한 것이다.

여기에 한 회원이 사비를 털어 회원 전용 사이트를 만들면서 유대감이 급격히 강화됐다.

주식투자자들의 사이트지만 이곳에서 주식을 사거나 팔라는 말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회사의 경영지표와 애널리스트의 분석 리포트, 장기 주가전망이 사이트 자료실을 빼곡이 채우고 있다.

경제 현황과 유통·레저산업 전망에 대한 수준있는 분석도 눈에 띈다. 옆방(쉼터 코너)에는 좋은 그림과 듣고 싶은 음악(파일)이 가득하다.

朴회장은 "단기 이익을 위한 정보가 범람하면 반드시 이익과 손해를 본 회원으로 갈린다"며 '주가 이야기는 하지 않기'를 원칙으로 삼은 이유를 설명했다. 사실 평균 6개월, 길게는 2년 이상씩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이 모였기에 이런 식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

朴회장은 회사와의 대립적인 관계를 원치 않는다며 "이미 주주 중시 경영을 정착시킨 현 경영진을 신뢰한다"고 강조했다.

회사가 성장하면 주주도 함께 부유해지는 새로운 주주운동을 펼치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주주는 회사가 정도 경영과 주주 중시 경영을 하도록 감시하는 역할만 충실히 수행하면 된다는 것.

이에 대해 강원랜드 송인화 IR팀장은 "회사 성격이나 설립 배경상 지역과 주주 모두를 위해 특별히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며 "소액주주들과도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주 권익이 침해됐다는 판단이 서면 이들은 단호해진다. 정부가 폐광기금 인상을 시도하자 이를 저지했으며, 모 언론에서 강원랜드의 공금유용 의혹을 제기하자 '진상파악 결과 사실이 아니다'며 사이버 시위로 대응하기도 했다.

정당한 정보유통이나 정책 결정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朴회장은 "회사측이 논리적으로 우리를 설득하면 깨끗하게 승복하겠다"고 해명했다.

막무가내식 요구와 폭력적인 집회는 철저히 배제하고 법에 보장되고 회사가 약속한 사안이 지켜지지 않을 때만 움직인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강원랜드 주주협의회는 내년에 메인카지노가 개장하면 주가도 오를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회사 이익이 크게 불어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그 때가 되면 회사 이익 중 일부를 어려운 곳에 기부할 수 있도록 주주 이름으로 요구할 계획이라고 朴회장은 밝혔다.

최현철 기자

chd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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