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구팀에 온‘CO₂ 청구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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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2010 남아공 월드컵 때 배출한 이산화탄소(CO2)는 821만원어치입니다.”

지난달 케냐 나이로비에 본부를 두고 있는 유엔환경계획(UNEP)이 이런 내용의 e-메일을 환경부에 보내왔다. 월드컵 때 허정무 감독 등 30여 명의 한국선수단이 배출한 CO2 668t을 없애는 비용을 내달라는 내용이었다.

UNEP는 월드컵 조직위원회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대표팀이 한국~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제선 왕복 항공편을 이용하면서 배출한 CO₂가 584t이라고 계산했다. 또 남아공 국내선 항공편과 버스 이용으로 배출한 것이 54t, 현지 숙박시설의 난방·전기 등을 이용하면서 배출한 것이 30t이라고 설명했다.

UNEP는 배출한 CO₂를 없애기 위해 개발도상국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거나, 쓰레기를 소각하는 대신 퇴비화하는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라며 CO2 1t당 8유로(약 1537원)씩 모두 5344유로(821만원)의 ‘CO₂ 기금’을 내달라고 했다.

UNEP는 다른 참가국에도 이런 요청을 했다. 기금 액수는 남아공과의 거리에 따라 나라별로 차이가 있으며, 세르비아·칠레 등은 정부에서 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김용진 해외협력담당관은 “2008년 경남 창원에서 열린 람사르 총회 때 우리도 외국에 CO2 기금 납부를 요청했었고, 한국대표팀이 16강이라는 좋은 성적을 달성해 대한축구협회에 미루기보다 정부가 직접 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UNEP로부터 정식 청구서가 오면 바로 납부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국제축구연맹(FIFA)과 UNEP는 남아공 월드컵에서 모두 275만3000t에 이르는 CO₂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지난해부터 CO2 줄이기에 나섰다. 환경을 생각하는 ‘그린 월드컵’을 위해서는 지구온난화를 막는 것이 중요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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