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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주도MBC '!느낌표'출판가논쟁>"새책기획의지꺾어 출판산업에역효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MBC의 오락프로 '!느낌표'의 책 소개코너 때문에 출판계에 작지 않은 논란이 일고 있다. 한 권의 책을 한달간 집중 소개하는 이 프로그램이 지난 10일로 방영 1년을 맞으면서 현재 각종 베스트셀러 도표의 윗자리는 '!느낌표' 선정도서로 도배되고 있고, 이 때문에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은 신간을 기획하려는 의지마저 꺾고 있다며 상당수 단행본 출판사들은 아우성이다. 2∼3년 전 나왔던 책들이 베스트셀러로 둔갑하면서 새로운 지식정보를 담을 수 있는 신간의 기획의지와 함께 새 책의 시장진입 기회 자체를 누르고 있다는 이유다. 출판계의 이런 비판적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출판인회의 측 논리와 함께 올들어 단행본 출판시장은 오히려 부분적으로 늘었음을 강조하며 출판계의 다양한 마케팅 시도를 촉구하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의 반론 글을 함께 게재한다.

편집자

단행본 출판사들로 구성된 사단법인 한국출판인회의는 11월부터 베스트셀러를 집계할 때 MBC 프로그램 '!느낌표'에서 선정한 책들을 제외키로 했다. 아울러 출판인회의는 베스트셀러를 집계해 발표하는 대형서점과 도서유통 회사들에게도 이런 방침에 따르도록 유도해나갈 예정이다.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내부적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논쟁을 벌였다. 결론은 이것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진입하기 위해 자기 책을 사재기하는 행위의 부당성과 같은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막강한 공중파 방송의 후광효과 역시 책 자체가 갖는 고유의 시장성과는 다른 외부효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여기서 '!느낌표'의 방송 독서 캠페인이란 구체적으로 '책을 읽읍시다' 코너를 말한다. 물론 책이 다른 매체에 의해 간접광고되는 경우는 꽤 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광고효과의 시간적 길이나 전달 포맷이 확연히 다르다. 이렇게 한 달에 한 권씩 누적된 선정도서들을 대부분으로 한 베스트셀러 목록은 무의미해보인다. 국민전체의 독서경향이나 신간 양서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담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느낌표'는 전체 도서시장의 규모를 일정 부분 성장시킨 면에서는 긍정적이다. 특히 책읽기에 관심이 없던 청소년들의 손에 책을 쥐어줬다는 면에서도 달리 평가해야 할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상당수 구간(舊刊)들을 밀어붙이는 독서 캠페인이 많은 신간 양서의 출판을 위축시키는 상황은 '부작용'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출판인회의는 베스트셀러 목록을 시대상의 반영이라는 본연에 충실하고자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국민의 독서 경향을 폭넓게 함은 물론 출판계의 양서 출간을 고무하자는 것이 한국출판인회의의 근본 취지다. '!느낌표' 독서캠페인의 효과나 선정도서의 판매량은 이 도서들의 베스트셀러 집계 포함 여부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덧붙여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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