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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있는아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첫눈을 맞으며

수덕사 뒷산을 내려오는 길

비구니 스님 한 분이

바지런히 앞서 가며 발자국을 남긴다

발자국 위로

자꾸만 눈은 쌓이는데

발자국은 작고 앳되어

마치 하얀 간장 종지를 보는 듯하고

그 발자국 따라가며

첫눈을 맞는 아침

-이홍섭(1965~ ) '첫눈' 부분

눈은 해마다 내리지만, 첫눈을 맞는 감회는 언제나 새롭다. 첫눈이 내리는 날 만나자는 약속은 예나 이제나 연인들의 즐거운 메뉴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꼭 누구와 함께가 아니더라도 저마다 혼자서 첫눈의 포근한 추억을 회상하고 새삼스런 상념에 빠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눈 위에 남긴 발자국에서 앞서간 사람이나 지나간 동물의 온기를 느끼게 된다.

김광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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