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측 합당론 제의… 단일화 새 변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 측이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후보 측에 합당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盧후보 측은 8일 鄭후보 측에 정당법상 둘 이상의 정당이 새 당명(黨名)으로 통합하는 신설(新設)합당을 제의했다고 한 관계자가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盧·鄭 두 후보가 각각 민주당과 통합21을 탈당해 양측이 공동창당준비위를 구성하고 창당해 단일화 경선을 치르자는 내용이다. 盧후보 측은 두 후보가 24일까지 국민참여경선을 벌여 후보를 단일화하고→민주당과 통합21은 형태만 남은 채로 존속되며→신당으로 대선을 치르고 난 뒤→3개월 이내에 신당과 민주당·통합21이 신설합당을 한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고 한다. 이는 민주당 선대위 내부 협상안에서 확인됐다.

이같은 복잡한 과정을 거치도록 한 이유는 현행 정당법 때문이라고 한다. 盧후보 측은 완전개방형 국민경선제를 주장해오다 법적·현실적 문제점이 발견되자 아예 당 대 당 통합안을 마련했다.

8일 국민통합 21엔 "후보단일화 외엔 길이 없다"는 분위기가 확 퍼졌다.

정몽준 후보가 "국민경선제에 의한 단일화도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을 계기로 그동안 막혔던 말문이 일제히 터졌다.

전날 자정까지 격론을 벌였던 후보단일화대책위의 신낙균(申樂均)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여론조사 방식에 의한 후보단일화는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개입해 결과를 왜곡시킬 수 있으므로 경선 중에서 가능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선 방법도 이것저것 검토해 보니까 법적으로 가능한 게 한 두개밖에 없더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는 그동안 鄭후보 측이 고수해 온 입장이다.

단일화에 대해 이런 진전된 견해들이 쏟아진 것은 후보단일화 외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를 이길 방법이 없다는 데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21의 핵심 관계자는 "鄭후보도 각종 보고를 통해 이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단일화 대책위와 이철(李哲)조직위원장에게 전권을 넘긴 것도 鄭후보의 이런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노무현 후보 측과의 협상팀이 당대당 통합안을 합의해 올 경우 鄭후보는 수용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내부의 긴장된 상황을 전했다.

李위원장은 일단 盧후보 측의 합당론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1997년 DJP 단일화 때처럼 양당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 후보만 단일화하는 '연대방식'만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합당 제의를 거부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의 현재 입장은 연대론이라는 얘기"라고 협상의 여지를 뒀다.

李위원장은 오래 전부터 과거 '운동권 동지'였던 盧후보 측 협상팀과 물밑 접촉을 해 왔다. 그래서 모종의 중간결론이 이미 나왔을 것이라는 말도 돌고 있다.

전영기 기자

chuny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