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는 일방주의 부시 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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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했다. 대통령의 소속 정당이 집권 2년 뒤 치러진 선거에서 하원 의석을 추가한 것은 미국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선거 결과는 지난해 9월 테러의 후유증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말해준다. 당시 미국민의 분노와 불안감을 애국심에 대한 호소로 극복한 부시 대통령을 높이 평가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중간평가에서 국민의 신임을 얻은 부시 정부의 대외정책에 힘이 실리게 됐다. 특히 통상 문제에서 좀더 공세적인 자유무역주의 구상들이 개진될 것이다. 자유무역협정(FTA)이나 다자간 '도하(Doha)'라운드 추진도 힘을 받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의 우선 관심은 부시 정부의 대북정책이다. 일방적 외교 행태의 연장선에서 북한 밀어붙이기로 일관할 것인지, 또 우리의 목소리에 진정 귀를 기울일 것인지 등 우려되는 점이 한둘 아니다.

이제까지 국제 사회는 부시 정부의 일방주의적 대외 정책과 유엔 등 국제기구를 무시하는 듯한 자세에 적잖이 우려를 표명해 왔다. 미국 내에서조차 이번 선거 결과 부시 정부가 정책의 유연성을 잃고 자의적으로 행동할까 걱정하는 이들이 있다. 모처럼 의회 양원의 다수당 지위를 차지한 공화당 행정부는 "신임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아울러 부시 정부는 북핵 개발 폐기라는 공통의 목표 달성을 위해 한국과의 긴밀한 공조가 갖는 전략적 의미를 새겨봐야 한다. 또 미 정부는 북한 위협의 일차 대상인 한국 측 입장을 진지하게 청취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우리 정부 역시 몇몇 지한파(知韓派) 의원의 재선에 안도할 것이 아니라 공화당 주도의 의회를 겨냥해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공략을 모색해야 한다.
부시 대통령 개인의 성향과 무관하게 예산 배정과 외교 정책에 미치는 미 의회의 영향력은 지대하기 때문이다. 미 중간선거 결과는 우리에게 새로운 준비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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