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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서민의 발 시내버스가 ‘달리는 폭탄’이라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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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대낮 도심에서 운행 중인 시내버스가 폭발했다. 압축천연가스를 저장한 연료탱크가 터진 것이다. 버스는 폭격이라도 맞은 듯 구겨졌고, 17명의 승객이 부상했다. 운전석 뒤에 앉았던 20대 여성은 졸지에 양 발목이 절단됐다. 참으로 섬뜩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것이다.

사고 차량은 친환경 CNG버스로 매연(煤煙)이 없다. 오존을 생성하는 질소산화물이나 인체에 유해한 일산화탄소·탄화수소·미세먼지 배출량도 경유차의 10분의 1 수준이다. 소음도 적고 연료비로 적게 든다. 현재 전국에 2만여 대가 운행 중이며, 서울 시내버스는 95.5%가 CNG다.

문제는 안전성인데, 이번과 유사한 폭발사고가 그동안 일곱 차례나 발생했다고 한다. 2007년 경기도 구리시에서 CNG버스의 연료탱크가 폭발했는데, 이때도 원인은 탱크가 압력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지식경제부는 용기 결함을 인정하고 지난해 2월까지 연료탱크 1만4613개를 회수해 폐기했다. 그럼에도 같은 사고가 재발한 것이다. “이제 괜찮겠지” 하며 안전성 점검을 소홀히 한 탓이다. 실제 전국의 시내버스 정비팀에 가스안전 전문가가 전무(全無)한 실정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안전불감증도 중증(重症) 단계다.

구조적인 문제점도 있다. CNG버스의 연료탱크 위치다. 유럽과 북미는 우리와 달리 차체 바닥이 아니라 지붕에 설치한다. 가스가 누출되더라도 버스 내 유입을 막기 위해서다. 그래서 가스안전공사도 구조 변경을 권고했다고 한다. 이를 자동차사와 버스회사들이 비용 때문에 반대했다니 어이가 없다. 운전기사들에게는 서울시 교통연수원을 통해 “절대 폭발 위험이 없다. 총으로 쏘거나 수류탄을 던져도 안 터진다”고 교육했다는 대목에선 할 말을 잊게 만든다. 시민 안전은 아랑곳없이 돈벌이에 혈안이 된 것이다.

사고가 나자 지식경제부는 부랴부랴 전국의 가스충전소에 충전 압력을 10% 낮추라고 지시했다. 그야말로 응급조치일 뿐이다. 서둘러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세워야 한다. 시내버스야말로 ‘서민의 발’이 아닌가. 자가용도 없어 서러운데, 가슴까지 졸이며 ‘달리는 폭탄’에 탈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