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가볼만한 전시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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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of THE HUNTED
일시 7월 15일~8월 14일
장소 갤러리M 문의 02-544-8145
유리 안에 박제된 상태로 모셔진 동물들을 보면 기분이 묘하다. 토끼와 개, 종달새와 독수리. 상대적 강자와 약자로 분류되는 생태학적 상관관계가 어찌 보면 현대사회의 잡다한 인간 군상을 연상케 한다. 작가 김여운은 이러한 표본들을 섬세하게 채집해 담아냈다.
아름답지만 어딘가 묶여 있는 부자연스러움. 확연히 나뉜 너와 나의 땅따먹기 구획. 결국 억압과 외로움. 트로피처럼 찬장에 들어가 있으니, 다 똑같다. 새의 제왕 독수리나,
지저귀는 종달새나. 훗.


유원지에서 생긴 일
일시 7월 9일~10월 31일
장소 경기도미술관 문의 031-481-7007
미술관으로 이어지는 화랑 유원지 입구에 설치된 작가 양주혜의 <우연의 문> 바코드 작품부터 전시가 시작된다. “내가 갈 수 있는데 그가 간다. 그가 남을 수 있는데 내가 남았다. 그가 올 수 있는데 내가 왔다. 내가 남을 수 있는데 그가 남았다.” 인생사가 강하게 압축된 이 문장을 읽고 나면, 국내 설치 작가 15팀이 참여해 요즘 미술계의 뜨거운 감자인 퍼블릭 아트(공공미술)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요 전시를 보지 않고는 못 배길 터. 도대체 이 유원지에선 무슨 일이 생긴 걸까.


Plastic Poem
일시 8월 10일~9월 24일
장소 키미아트 문의 02-394-6411
김춘수 시인의 ‘꽃’처럼 우리는 누군가에게 이름을 부여받기까지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듯 대상에 부여한 가치는 평범함도 특별함으로 승화시키는 법. 그 누군가가 예술가가 될 때 그 꽃은 예술 작품이 된다고 볼 수 있겠다. 이 과정은 미적 관심에서 비롯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선택한 재료가 작품의 모티브가 되는 작품, 매체의 한계성을 극복하고 그 속에 숨은 무한한 가능성을 피어오르게 하여 미적 가치를 끄집어낸 작품들을 모았다. 예술가의 눈에 비친 시인의 언어, 당신의 감성을 얹어 바라보도록.

기획_박소현
쎄씨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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