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 강경 이민자정책 덕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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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민자의 아들’ 니콜라 사르코지(55·사진) 프랑스 대통령의 지지율이 강경 이민정책에 편승해 올 들어 처음으로 반등했다. 7일(현지시간) 발표된 프랑스 일간지 르파리지앵의 여론조사에서 사르코지의 지지도는 전달에 비해 2%포인트 오른 34%로 나타났다. 정년퇴직 시한 연장 등의 긴축정책과 ‘로레알’ 대주주로부터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등으로 추락을 거듭하던 인기가 다소나마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언론들은 지지율 반등이 이민 관련 정책에 대한 지지 때문인 것으로 해석했다. 르파리지앵의 조사에서 정부의 새 이민 정책에 대한 지지는 70%로 나타났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달 말 이민자 출신이 중대한 범법 행위를 할 경우 시민권을 박탈하는 법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프랑스에서 태어나긴 했으나 그의 아버지는 헝가리 출신 이민자이고 외조부는 유대계 그리스인이다.

브리스 오르트푀 내무부 장관은 경찰관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일부다처, 여성 할례 등 출신 국가의 풍습을 고집하는 이민자들을 강제 추방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주말에는 집시들의 집단 거주지를 경찰이 습격해 불법 체류자들을 체포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내무부 장관 시절인 2005년 파리 북부의 이민자 폭동을 강경 진압해 정치적 입지를 굳힌 경험을 가지고 있다. 사르코지는 강경한 조치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이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좌파 철학자 베르나르 앙리 레비는 르몽드 기고문에서 “‘이민자 출신’이라는 개념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면서 밀어붙이는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라고 지적했다. “이민자 2세는 ‘이민자 출신’이고 3세는 아니냐”는 질문도 던졌다. 사회당 정부에서 총리를 지냈던 미셸 로카르는 “소수민족에 대한 억압으로 인기를 유지했던 1940년대의 비시정권이 되돌아온 듯하다”고 공격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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