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고용창출 관건은 인문학 활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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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스마트폰의 성공도 하드웨어가 아닌, 창의력과 소프트파워의 문제다. 미래 경쟁력의 창출과 창의적인 생각의 발현은 인문학적인 성찰과 통섭적인 접근이 아니면 창출해내기 어렵다. 최근 뜨거운 관심을 받는 3D(3차원) TV와 입체영화도 연령·성별·종교 등 다양한 인문학적인 성향과 사람의 특성인 휴먼 팩터를 고려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기술적 자신감과 그래픽으로만 무장했던 N사의 모 게임의 경우 3D 그래픽에만 힘을 쏟아 스토리와 사용자 성향 파악 등에 실패함으로써 시장에서 고배(苦杯)를 마셨다.

이런 현상은 청년실업, 고용창출 문제와 직접 잇닿아 있다. 실제 시장에서 요구하는 인재는 바로 인문학 기반 인재다. 이를 통해 많은 산학협력과 고용창출의 성공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위크’지는 “개인의 창의력과 아이디어가 생산요소로 투입돼 무형의 가치(virtual value)를 생산하는 창조기업만이 앞으로 생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도 창의적인 인재의 중요성을 ‘창조적 계급(creative class)’으로 명명하면서 패러다임의 변화와 창의적 인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파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기업 삼성전자의 김태한 부사장은 커뮤니케이션 역량 강화를 위한 핵심 소양은 역사·철학 등 인문학 분야라고 강조했고, 구학서 신세계 회장도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을 갖기 위해서는 문학·역사·철학 등 인문학적 소양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인문학이 기반이 되어 기술·콘텐트가 결합되지 않으면 기업도 고용창출도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아쉬운 것은 다양하고 능력 있는 인문학 기반 인재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으나 실제 수요처인 시장과 기업으로의 연결고리가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정부의 인문학 지원사업도 보고서 발간에만 힘을 기울여 왔다. 부가가치 창출과 인문학을 활용한 고용창출 지원사업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정보기술(IT)과 벤처, 이공계 연구개발(R&D)과 과학기술 인재 양성의 중요성은 강조하면서도 정작 인문학 활용 산학협력 지원의 성과를 창출할 기회는 놓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가경쟁력 면에서도 큰 손실이다. 관련 부처들도 경제적인 단기성과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눈을 돌려야 한다. 인문학적 상상력을 산학협력을 통해 부가가치로 연결시키고, 창의적 인재 발굴로 국가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시점이다.

이병민 건국대 교수 문화콘텐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