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배 2002포스트시즌> 환상수비 LG "끝까지 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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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군 Again. 기아가 받아치면 LG도 지지 않고 되받는다. 벼랑에 몰렸던 LG가 살아났다. 2승2패. 한국시리즈의 한장 남은 티켓은 마지막 5차전에서 판가름나게 됐다.

LG가 30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기아에 3-2 역전승을 거두고 시리즈의 균형을 되맞췄다. LG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투수진과 이병규-박용택-심성보로 이어지는 왼손타자라인의 활약으로 승리를 거두고 1일 오후 6시 광주에서 벌어질 5차전을 위해 '남행열차'를 타게 됐다.

1회초 기아의 파도같은 공세를 1점으로 막아낸 것이 LG의 역전승을 가능하게 했다. LG는 1회초 선발 만자니오의 난조로 1점을 먼저 내준 뒤 1사만루의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이 위기에서 기아 펨버튼의 플라이를 잡은 우익수 마르티네스의 기막힌 송구에 홈으로 뛰어들던 3루주자 장성호가 태그아웃, 분위기가 순식간에 LG 쪽으로 넘어갔다.

LG는 곧바로 1회말 반격에서 이병규의 안타로 포문을 열고 박용택·최동수의 몸맞은 공으로 만든 2사만루에서 '맘보' 심성보가 2타점 중전안타를 때려 전세를 뒤집었다. LG는 4회말 1사 후 이종열·조인성·권용관 등 하위타선에서 연속 3안타가 터져 1점을 달아나 승기를 잡았다.

3-1로 앞선 LG는 5회초 기아 홍세완의 희생플라이로 1점차로 쫓겼다. 그러나 6회초부터 장문석-유택현(7회)-이동현(7회)-이상훈(8회)으로 이어지는 우-좌-우-좌 불펜투수진을 가동, 기아의 추격을 무실점으로 막아내 짜릿한 1점차 승리를 거머쥐었다.

기아는 6회초 무사 2루, 7회초 무사 1,2루의 역전 찬스를 잡았으나 강공을 고집하다 동점도 만들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LG 수비진은 고비 때마다 결정적인 호수비로 기아의 공세를 막아냈다. 유격수 권용관, 3루수 이종열, 중견수 이병규, 1루수 최동수는 각각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냈다. 특히 9회초 이종범의 파울타구를 최동수가 그림같은 다이빙캐치로 잡아냈을 때 2만여명의 관중은 환호와 탄식을 교차하며 짜릿한 승부의 묘미를 만끽했다. 안타수 12-12, 4사구 3-3이 말해주듯 팽팽한 외줄타기 승부였다.

한편 이날 경기를 중계방송한 KBS는 경기 도중 중계를 끊고 김대중 대통령의 귀국 보고를 뉴스 속보로 내보낸 데 이어 박빙의 승부가 벌어지고 있는 8회초에는 정규방송을 이유로 중계를 끝내 야구팬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태일·정제원·김종문 기자

pinetar@joongang. co. kr

◇플레이오프 4차전<잠실·lg 2승2패>

▶잠실

기 아 100 010 000│2

L G 200 100 00×│3

리오스:만자니오, 장문석(6), 유택현(7), 이동현(7), 이상훈(8)

(승) 만자니오 (세) 이상훈 (패) 리오스

양팀 감독의 말

▶LG 김성근 감독

정말 좋은 경기였다. 양팀이 모두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벌였다. 1회초 무너질 뻔한 위기에서 우익수 마르티네스의 호수비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었다. 이병규와 심성보도 칭찬하고 싶다. 우리 선수들의 잠재력이 이 정도일 줄 나도 몰랐다.

▶기아 김성한 감독

여러 차례 찬스에서 강공으로 밀어붙였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믿었던 중심 타선이 제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선발투수 리오스는 볼 끝에 힘은 있었지만 코너워크가 좋지 않아 가끔 공이 가운데로 몰렸다. 5차전에서도 타순의 변화는 거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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