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변하고있는여성들]"남성의 벽 뚫자"… 여성들 인맥 쌓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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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김혜경(49)와이즈북토피아 사장과 이수연(39)서울컨벤션서비스 사장, 이영아(37)컨텐츠코리아 사장은 친 자매보다 더 가까운 사이다. 아무런 학연·지연이 없고 업종도 전자책 제작, 행사 대행, 인터넷 솔루션 개발 등으로 다르지만 '여성 최고경영자(CEO)'란 이유 하나로 뭉쳤다.

이들은 사업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는 것은 물론 고객을 소개해주기도 한다. 최근엔 서로에게 좀 더 도움이 되기 위해 집도 같은 빌라(서울 북아현동)로 옮겼다.

김혜경 사장은 "남성들의 인맥 위주 경영 풍토 속에서 여성 기업인은 소외되기 쉽다"며 "사업을 계속할수록 인적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점점 더 실감한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인맥 만들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면서 '아는 사람'에 대한 집착이 유난히 강한 우리 사회에서 혼자 힘으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 기업인들에게 두드러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우수한 제품·서비스를 개발하고도 남성 중심인 정부기관·대기업 등 대규모 납품처의 문턱을 넘지 못해 실패하는 사례가 많아서다.

한국여성벤처협회 이영남(44·이지디지털 사장)회장은 "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은 되도록 많은 모임에 참여해 인간 관계를 넓혀갈 필요가 있다"며 "주변의 성공·실패 사례를 접하며 역할 모델을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달 초 방한했던 세계적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미국)은 "거창하고 큰 단체가 아닌 일상적인 영역에서부터 여성들의 인맥을 만들어가라"고 권고했다. 그는 특히 "유능한 여성을 찾아내 여성들이 지원하는 노력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여성계에도 젊고 유능한 여성의 사회진출을 돕기 위한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여성부는 지난 6월부터 학계·재계·법조계 등의 여성전문가들과 해당 분야에서 성공을 꿈꾸는 젊은 여성들을 인터넷 상에서 일 대 일로 연결해주는 '사이버 멘토링(조언) 사이트(www. women-net. net)'를 운영하고 있다. 젊은 여성들이 사회활동에서 시행착오를 줄이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다. 현재 1백5쌍이 활동하고 있으며 8백여명이 대기 중이다.

이 사이트에서 한 여자 법대생에게 온라인 조언을 해주고 있는 서울지검 여성범죄전담검사실 서인선(28·여)검사는 "사회 여러 분야에 진출한 여성의 숫자가 늘어야 질적인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며 "후배들의 사회진출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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