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시장에 거센'女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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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여성의 창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으로 남편의 직장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고 대졸자의 취업난이 심한 가운데 여성의 라이프 스타일이 적극적으로 바뀌면서 창업에 나서는 여성이 급증하고 있다.

창업e닷컴의 이인호 소장은 "최근 창업 컨설팅을 받으려는 방문자의 40% 이상이 여성"이라며 "창업 계획도 부업 차원이 아니라 큰 성공을 꿈꾸는 공격적 형태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28일 여성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여성이 대표자인 사업체 수는 전년보다 4.3% 증가한 1백2만3천개로 1백만개를 넘어섰다.

남성이 대표인 사업체 수는 1백99만5천개로 전년비 2.8% 증가에 그쳤다.

여성부의 최창행 인력개발담당관은 "여성 창업이 지난해까지 계속 증가한 데 이어 올해에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사업체 수 3백1만8천개 가운데 여성 사장은 33.9%를 차지해 3명 중 1명꼴이었다.

중소기업청이 지난달 발표한 '2002년 벤처기업 경영실적'에서도 여성 CEO가 지난해의 3백74명에서 올해는 5백67명으로 52% 늘어났다. 남성 CEO는 1만57명에서 9천1백44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여성 창업은 자본금 1억원 이하가 90% 정도일 정도로 소자본이지만 인터넷 쇼핑몰 입점이나 프랜차이즈 본사 운영 등 전국화를 꾀하고 있으며 직장 경력을 활용하려는 특징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김영문 한국소호진흥협회장(계명대 교수)은 "1천만원 이하의 자금으로 소자본 혹은 소호 형태로 창업하려는 여성들이 많다"며 "이는 컴퓨터·인터넷 기술 발달로 무점포·재택 창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협회가 지난달 창업박람회에 참가한 3백68명의 여성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30대가 전체의 67.9%에 달해 젊은 여성의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은 가정주부 등 여성을 겨냥하는 업종이나 여성의 섬세한 감성이 강조되는 분야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창업개발연구원의 유재수 원장은 기능성 맞춤속옷 전문점·십자수 전문점·어린이 교육 관련 사업·아동복 할인점 등을 유망 업종으로 소개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여성 창업자들에게 ▶경기변동이 자신의 업종에 미치는 영향에 늘 관심을 갖고▶악착같은 장사꾼 의식으로 무장해야 하며▶가족의 협조를 가볍게 여기지 말며▶남편과 공동으로 사업할 때는 업무를 분담하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 다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영렬 기자

younglee@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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