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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처럼 키 늘린다? 솔깃한 유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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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 많아

[일러스트=강일구]

방학인 요즘 아이와 함께 성장클리닉을 찾는 부모가 크게 늘었다.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이기형 교수는 “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가 많고 정작 성장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까지 놓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구리시에 사는 중학교 1학년 손모양의 부모는 6년간 성장클리닉 의원에 4000만원이 넘는 돈을 들였다. 그러나 현재 키는 또래보다 7㎝ 가까이 작은 147㎝다.

부산대한방병원 한방소아과 윤영주 교수는 “한방 성장치료의 기본은 아이가 밥을 안 먹거나 소화를 못 시키는 등 생활습관 에 문제가 있을 때 장애물을 치워 예상키를 자라게 하는 것”이라며 “유전적인 키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은 과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박미정 교수는 “성인이 됐을 때 키는 80%가 유전적(선천적)으로 정해져 있다”며 “나머지 20%는 물려받은 키가 제대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생활습관 등 후천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병이 있어 성장장애를 겪지 않는 이상 마법처럼 아이의 키를 쑥 키워주는 ‘성장 족보’는 없다는 말이다.

유전적으로 정해진 아이의 예상 성인키 값은 이렇다. 엄마·아빠의 평균 키에 남아는 6.5㎝를 더하고 여아는 6.5㎝를 빼면 된다. 이기형 교수는 “하지만 공장에서 공산품을 찍어내듯 예상키만큼 성장하진 않는다. 생활습관과 함께 엄마와 아빠 중 누구를 더 닮느냐에 따라 ±5㎝의 편차가 생긴다”고 말했다.

반 번호 1~2번이면 ‘저신장’으로 봐야

아이의 성장에 문제가 있는지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 우선 300분위수(또래 100명 중 셋째로 작은 아이) 미만에 속한다면 ‘저신장’으로 본다. 즉 100명의 또래 아이를 키 작은 순서부터 세웠을 때 1, 2번인 애들이다.

또 또래 평균 신장보다 10㎝ 이상 작아도 저신장을 의심한다(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www.cdc.go.kr) 검색창에서 ‘소아청소년 표준성장 도표’ 찾아 비교 가능).

박미정 교수는 “여기에 만 2세부터 사춘기 전까지 매년 성장 속도가 4㎝ 이하라면 검사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저신장에는 선천적·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저신장의 80%는 병으로 분류되지 않는(정상변이) 저신장이다. 매년 꾸준히 4㎝ 이상 자라도 유전적으로 부모의 키가 작은 가족성 저신장이 있다. 또 현재 키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사춘기가 2~3년 늦어져 발육이 지연되는 체질성 저신장도 있다. 정상변이 저신장은 진단을 통해 치료를 결정한다.

나머지 20%는 병적인 저신장이다. 염색체 이상·소아성장호르몬 결핍증·소아만성콩팥기능저하증 등의 영향 때문이다.

원인에 따른 치료제를 투약하면 성장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성호르몬이 과다 분비돼 성장판이 빨리 닫히는 성조숙증도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성호르몬 억제제를 사용해 증상을 늦출 수 있다.

숙면·운동·영양 3박자 맞아야

±5㎝의 편차 중 +5㎝의 ‘숨은 키’를 찾기 위해선 후천적 요인이 뒷받침돼야 한다. 한림대의료원 강동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양승 교수는 “영양·숙면·운동 3박자가 맞아야 한다 ”고 말했다.

성인 예상키에 도달하려면 균형 있는 식단이 필요하다. 단백질·탄수화물·지방·칼슘·비타민·무기질 등 5대 기초영양 식품군을 고르게 섭취해야 한다. 특히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는 단백질이 중요하다.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 등 육류, 생선과 콩·두부 등에 풍부하다.

뼈 성장에 필수 영양소인 칼슘은 유제품과 뼈째 먹는 생선에 많다. 미역·해조류 등도 칼슘 보충에 좋다. 비타민과 무기질도 성장에 중요한 ‘조연’이다. 시금치·당근·호박 등 야채류와 버섯류, 감·귤·딸기 등 과일류로 충전한다.

성장에는 ‘잠이 보약’이다. 24시간 동안 10여 회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은 잠들고 1~2시간 뒤 숙면을 할 때 가장 왕성하다.

양승 교수는 “성장호르몬은 숙면을 취할 때뿐 아니라 운동할 때도 분비된다”며 “격투기 등 부상 위험이 높은 과격한 운동보다 수영·걷기·달리기·자전거·배드민턴·스트레칭 등 유산소 전신운동이 좋다”고 말했다. 운동은 성장판을 자극해 골밀도를 증가시키고 저신장의 원인 중 하나인 비만을 줄인다.

글=운하 기자
일러스트=강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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