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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182> 세계 각국의 이색 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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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이색 대회는 국제뉴스의 단골 소재입니다. 황당하면서도 눈길을 끄는 내용 덕분에 독자를 유혹하는 매력적인 아이템이 되기 때문이죠. 그중에 해마다 언론에 보도되면서 우리에게 익숙해진 것들이 있습니다. 눈에 익지만 정확한 이름과 내력을 알지 못했던 해외 이색 대회들을 소개합니다.

이승호 기자

핀란드 아내 업고 달리기 대회
산적들이 부녀자 ‘보쌈’하는 풍습서 유래했죠

매년 7월 초 핀란드 중부 손카르야비 지역에서 열린다. 우리나라의 ‘보쌈’처럼 19세기 핀란드에서 산적들이 부녀자를 도둑질해 가는 풍습을 본떠 만들었다. 1992년 첫 대회가 열렸다. 아내를 업고 연못·허들 등 각종 장애물로 구성된 253.5m의 트랙을 가장 빠른 시간 안에 통과한 남편이 우승한다. 대회 명칭은 ‘아내 업고 달리기’지만 반드시 부부일 필요는 없다. 여성은 17세 이상에 몸무게 49㎏이 넘어야 참가할 수 있다. 몸무게가 49㎏ 미만이라도 모자라는 무게만큼의 짐을 몸에 지니면 출전이 가능하다. 업힌 여성은 반드시 보호용 헬멧을 써야 한다.

지난달 3일 열린 15회 아내 업고 달리기 대회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참가해 우승한 핀란드 변호사 타이스토 미에티넨(오른쪽)의 경주 모습. [손카르야비 AFP=연합뉴스]

업는 자세는 대회 참가자가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하지만 에스토니아의 마르고 우소르그(30)가 2000년부터 8번 출전해 7번 우승을 차지한 이후부터 여자의 다리를 목에 걸고 거꾸로 매단 채 달리는 그의 ‘주법’이 이른바 ‘에스토니아식(Estonian style)’으로 불리며 애용되고 있다. 우소르그는 2000년 55.5초로 이 부문 세계기록을 세웠다. 7월 3일(현지시간) 열린 15회 대회에선 15개국에서 55쌍의 커플이 참가했다. 우승자는 여자친구와 함께 출전한 핀란드 변호사 타이스토 미에티넨(45). 그는 1분5초의 기록으로 지난해에 이어 2연패에 성공했다. 미에티넨이 사용한 주법도 역시 에스토니아 스타일이었다.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부상은 참가한 여성 몸무게만큼의 맥주다.

오스트리아 ‘레드불 플루크타크’ 대회
직접 만든 독특한 비행체로 하늘 날아요

지난 6월 우크라이나에서 열린 레드불 플루크타크 대회에서 한참가자가 자동차 모양의 기구로 비행에 도전하고 있다. [중앙포토]

인간이 가진 꿈 중 하나인 하늘 날기. 이 욕망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대회가 있다. 바로 ‘레드불 플루크타크’다. 플루크타크는 독일어로 ‘비행의 날’이란 뜻이다. 오스트리아에 본사를 둔 세계적 에너지 드링크(강장음료)업체 ‘레드불’이 개최하는 이 대회엔 직접 제작한 비행체로 실력을 뽐내려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그러나 하늘을 활강하려는 참가자들의 꿈과 달리 비행체들은 대부분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추락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참가자들도 기록보다는 독특한 모양의 비행체를 보여 주는 데 주안점을 둔다. 새 모양부터 낙하산·우산 등 매년 기상천외한 디자인의 비행기들이 나오면서 관중을 즐겁게 한다. 1991년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처음 열린 이래 매년 전 세계 35개 도시를 순회하며 개최되는 세계적 이벤트로 성장했다. 비슷한 형식의 대회로는 71년 영국 서식스 지방에서 시작된 ‘버드맨 랠리(Birdman Rally)’가 있다.

참가자는 9.1m 높이의 다이빙대에서 자신이 만든 비행체를 가지고 바다나 호수 위로 뛰어올라 비행을 시도한다. 비행체는 날개 길이 9.14m, 중량 204㎏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반드시 사람의 힘으로만 움직여야 한다. 순위는 비행 거리와 착지, 비행체가 얼마나 창의적으로 제작됐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정한다. 지금까지 가장 긴 비행 기록은 2000년 오스트리아 대회에서 수립된 59.4m다.

미국 핫도그 빨리 먹기 대회
10분 이내에 먹어야 … 세계 기록은 68개

올해 핫도그 먹기 대회에서 54개의 기록으로 1위를 한 조이 체스트넛(가운데)의 경기 모습. [중앙포토]

매년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엔 ‘네이선스 페이머스 핫도그’ 본점이 있는 뉴욕 코니아일랜드에서 핫도그 먹기 대회가 열린다. 제한 시간 10분 내에 가장 많이 먹는 사람이 우승을 차지한다. 우승자에겐 부상으로 2만 달러(약 2400만원)의 상금과 전 대회 챔피언이 가지고 있던 ‘머스터드 소스 벨트’를 받는다. 대회를 보기 위해 매년 4만~5만 명의 인파가 대회장에 몰려들고 미국 스포츠채널 ESPN이 생중계할 정도로 미국에선 큰 관심을 끄는 대회다. 대회를 주최하는 네이선스 측은 이 대회를 “야구·농구·미식축구·자동차경주와 함께 미국의 5대 스포츠”라고 홍보하고 있다.

대회는 네이선스 페이머스의 창업자인 폴란드 출신의 이민자 네이선 핸드워커가 1916년 자신과 같은 이민자를 차별하지 않은 미국에 감사하는 취지로 개최했다고 한다. 초대 챔피언은 제임스 멀런이란 아일랜드계 이민자다. 그는 13개를 먹어 우승을 차지했다.

최고기록은 2009년 우승한 미국인 조이 체스트넛(26)이 세운 68개. 체스트넛은 올해 대회에서도 54개로 우승하며 대회 4연패를 달성했다. 2001~2006년까지 6연속 우승한 일본인 고바야시 다케루(32)는 올해 주최측으로부터 참가자격을 얻지못해 경기장에 불법으로 난입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한편 한국 출신인 소냐 토마스(한국명 이선경ㆍ41)도 36개를 먹어 여성 출전자 중 1위(전체 4위)를 차지했다.

미국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계단 오르기 대회
계단 1576개 ‘등반’ 최고 기록은 9분 33초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계단 오르기 대회 여자부 최단 기록 보유자 안드레아 마이어의 2005년 대회 참가모습. [중앙포토]

미국 뉴욕 맨해튼의 마천루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1931년 세워졌다. 102층, 381m 높이의 고층 빌딩을 걸어 올라간다면 얼마나 힘들까. 이런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날이 1년에 한 번 있다. 바로 매년 2월 첫째 주 화요일에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서 열리는 ‘계단 오르기 대회’ 날이다. 1층 로비부터 86층 전망대까지를 오로지 계단으로만 걸어 올라가는 이 경기는 78년 시작됐으며 올해로 33번째를 맞았다. 레이스는 성인 두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계단에서 이뤄진다. 계단 수로는 1576개, 높이론 약 320m를 올라야 한다. 참가자들은 고도가 높아지면서 기압 변화로 귀에 생기는 통증도 견뎌야 한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이 대회를 “참가자들을 육상선수라고 불러야 할지 등반가로 불러야 할지 헷갈리는 대회”라고 묘사했다.

대회를 주관하는 비영리 육상단체 뉴욕로드러너스클럽(NYRRC)의 심사를 거친 사람은 30달러(약 3만6000원)를 내고 출전할 수 있다. 특이하게도 우승 상금은 없다. 그럼에도 매년 수백 명의 사람이 참가한다. 참가자의 연령도 10대부터 70대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최고기록은 호주의 폴 크레이크(34)가 2003년 세운 9분33초. 여자는 2006년 오스트리아 출신 안드레아 마이어(31)가 작성한 11분23초다. 올 2월 2일 열린 대회에선 독일의 토마스 돌드(25)가 10분16초의 기록으로 대회 5연패를 달성했다.

영국 터프가이 선발 경주
참가자는 죽더라도 소송 안 한다는 서명해야

지난 1월 31일 열린 23회 터프가이 선발 경주에서 한 참가자가 화염으로 가득 찬 코스를 지나고 있다. [중앙포토]

매년 1월 말 영국 울버햄프턴 인근 사우스 퍼튼 농장에선 자신의 육체·정신적 한계를 시험해 진정한 ‘사나이’의 칭호를 얻으려는 사람들이 모인다. 1986년부터 열리고 있는 ‘터프가이 선발경주’가 바로 그것이다. 런던 마라톤 대회를 조직한 육상 대회 전문 운영자 빌리 윌슨이 만든 이 대회의 코스는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되는 영국 특수부대원들의 훈련장소로 쓰일 정도로 험난하다. 코스는 총 12㎞ 중 9㎞의 크로스컨트리 구간과 이른바 ‘킬링 필드(Killing Fields)’라고 불리는 24개의 장애물 구간으로 나뉜다. 참가자들은 영하의 날씨에 진흙탕 길과 불길에 휩싸인 참호, 12m 높이의 벽, 가슴까지 차오르는 물웅덩이 등을 헤쳐 나가야 한다. 이 24개 관문을 통과하면 바로 터프가이의 칭호가 주어진다.

참가자들은 다치거나 죽더라도 이의나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서명을 해야 한다. 출전비는 1인당 200파운드(약 36만원)다. 수익금은 아프간 참전 군인이나 대회 도중 부상한 사람들을 위해 쓰인다. 참가자는 주로 20~30대 남성이지만 1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하며 열 명 중 한 명은 여성이다. 올 1월 31일 열린 23회 대회엔 전 세계 32개국에서 5400여 명이 참가했다. 매년 전체 참가자 중 3분의 1가량이 중도 탈락한다. 올해 대회에서도 5400여 명의 참가자 중 3550명만 완주했고, 수백 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2000년과 2007년 대회에선 참가자 한 명이 저체온증으로 목숨을 잃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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