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내년 예산안 삭감 뒷짐 정권교체 염두에 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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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내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상임위별 예비심사에서 28일 현재 4조1천억원 가량이 증액됐다. 재정경제부와 국가정보원을 빼고서다. 물론 상임위별 심사에서 증액되는 것은 통례다. 하지만 지난해 2조원에 비하면 많은 액수다.

특히 한나라당이 예년과 달리 삭감에 크게 열의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시선을 끌고 있다.

한나라당이 집권 가능성에 대비해 몇몇 사업 예산을 증액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정홍보처 예산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국정홍보처 예산을 지난해 본예산 대비 예산증가율 5.5%보다 웃도는 9.5%(25억원)를 증액했다. 그런데 문화관광위 예비심사과정에서 15억원이 또 늘어난 것. ▶국가주요시책 홍보사업(5억원)▶문화홍보원 사업(7억5천만원)▶국가이미지사업(2억원) 등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새 정부 출범에 맞춘 홍보 수요가 많다"는 논리를 폈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이 사업들에 대해 대표적 선심성 사업이라며 삭감을 주장했었다.

대통령실 예산의 경우 국회 운영위는 정부 원안(4백64억원)대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이주영(李柱榮)·이원형(李源炯)의원은 "대통령실 예산이 전체적으론 소폭(3.8%) 증가지만 인건비 증가분을 빼면 실제론 삭감"이라며 증액을 주장했다.

건설교통위는 올해도 무려 9천6백억원이나 증액했다. 이 가운데 서울·부산·인천·대구 지하철 건설 지원, 대구·인천·광주·대전 지하철 운영비 등으로 1천98억원을 증액했다. 고속도로나 일반 국도도 지역별로 늘렸다.

2천3백억원을 증액한 행정자치위도 ▶부산남항대교 건설(2백억원) ▶울산미포단지도로 개설(1백억원) ▶청주∼오송 전철역 도로 확·포장(1백억원) ▶광주 남부순환도로 개설(2백50억원) 등 사업을 늘렸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은 전남도청 이전 예산(3백73억원)을 전액 삭감키로 결정했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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