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Anycall프로농구>전형수'눈물의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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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고기 먹을 때 우리는 된장국 먹으며 훈련했는데…."

프로농구 선수 전형수(24·사진)의 편지가 코리아텐더 푸르미 선수들과 팬들을 울리고 있다. 코리아텐더의 핵심 선수였던 전형수는 시즌 개막 이틀 전인 지난 24일 밤 모비스 오토몬스로 전격 현금 트레이드됐다. 돈이 없어 해체 위기에 몰린 팀이 그를 판 것이다.

부자팀으로 가게 됐지만 그의 어깨는 무거웠다. 부잣집에 데릴사위로 팔려가는 심정이었다. 그는 코리아텐더 홈페이지에 '꿈이었음 좋겠어요'라는 편지를 남겼다.

"너무 황당해서 꿈꾸는 것 같았고 밤새 잠 한숨도 못 잤습니다. 된장국 먹으며 했는데. 숙소에서 짐 챙겨 나오는데 자꾸 눈물이 흘러서…. 저만 재정적으로 좋은 구단으로 가게 돼 모든 팀원들에게 정말 미안하고…."

가난했지만 전형수와 코리아텐더 선수들은 행복했다. 시즌 전 구단 해체설이 나돌자 성적이 좋아야 구단 가치가 높아진다는 생각에 똘똘 뭉쳐 시즌 준비를 했다.

연습장이 없어 대학이나 해외로 전지훈련간 다른 팀의 체육관을 떠돌면서 훈련했다. 아파트 한 채에서 선수 10여명이 함께 자고 이상윤 감독 대행과는 친형제처럼 지냈다. 코리아텐더는 개막 직전 프로팀과의 연습경기에서 10승1패를 거둬 사기도 높았다.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선수들과 열심히 속공 훈련을 하고 있는데 형수가 트레이드됐다는 소식을 구단으로부터 전해들었습니다.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 형수는 훈련을 한시간이나 더 했습니다." 이상윤 감독 대행의 말이다.

동료 선수들은 "그래도 부자 구단으로 가서 잘 됐다"며 전형수의 행운을 빌어줬다.

전형수는 모비스로 옮겨 최약체로 꼽히던 모비스를 2연승으로 이끌었다. 다음달 3일에는 울산에서 코리아텐더와 맞상대해야 한다.

문병주 기자

byungjoo@joongang. co. kr

◇오늘의 프로농구

LG-모비스(오후 7시·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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