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지방자치11년성적표> 나비·진흙·된장·연극·스포츠… 지역 특성 살려 짭짤한 수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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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나비 축제'가 열린 전남 함평군 함평천 일대에는 전국에서 20여만명이 몰렸다. 12일까지 이 곳을 찾은 관광객은 1백20여만명. 주한 폴란드·우크라이나 외교사절 가족 등 외국인도 1천여명이 참가했다. 국제적인 행사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1999년 첫 행사 이전만 해도 찾는 이 없던 낙후지역 함평. 그러나 나비 축제 하나로 생태체험 관광 메카로 떠오르면서 지역 축제 사상 최고의 '대박'을 터뜨렸다. 버려진 하천에 나비를 접목, 무에서 유를 창출하면서 지역 경제에도 엄청난 파급 효과를 불러왔다. '나비와의 춤'을 찾아 온 관광객들에게 청정 이미지로 포장한 농산물이 날개가 돋친듯 팔렸기 때문이다.

축제에 들어간 돈은 불과 6억원.그런데 자체 브랜드인 '나르다'를 붙인 관광상품과 로열티 수입 4억여원, 입장료 3억여원, 향토음식점과 농산물 판매 등 직접 수입만 20억여원을 올렸다. 여기에 농산물 판매 등 간접 수입이 1백억여원에 이른다.

이석형 함평군수는 "깨끗한 생태환경, 그 중에서도 꽃과 곤충을 이벤트화시켜 사람을 모아보자는 계획을 세웠고 그것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지역 특화산업으로 지역경제를 살찌운 대표적 사례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지방자치 3기 출범과 경제과제'보고서를 통해 특화사업이 지방경제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아이템으로 경남 남해의 '스포츠 메카', 충남 보령의 '진흙 축제', 강원 정선의 '된장 마을', 전남 광양의 '청매실농원', 경남 밀양의 '연극촌'을 꼽았다. 모두가 지역의 자원과 문화적 특성을 살린 것이다.

남해군의 경우 1999년 해안매립지에 10만평 규모의 스포츠공원을 조성,잔디 축구장 4개와 야구장 3개를 마련했다. 날씨가 상대적으로 따뜻하고 경치가 좋아 스포츠 행사가 잇따라 열렸고, 클럽들이 훈련장으로 쓰면서 지난 한해 관광 수익이 1백40억원에 달했다. 주력 경제기반인 쌀농사의 1백38억원을 상회하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강신겸 연구원은 "특화된 지방산업은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경쟁력을 가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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