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성 돋보인 北核관련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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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사회에는 서로 다른 종류의 대중매체들이 있다. 이들은 경쟁하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하면서 각자의 위치를 지켜 나간다. 그 가운데 뉴스매체로는 신문과 TV를 대표로 들 수 있다. 이들은 과거에는 경쟁했지만 오늘날은 서로 역할을 분담하면서 공존한다. TV가 '신속성과 현장성'에서 앞선다면, 신문은 '해설성과 심층성'에서 앞서고 있다.

중앙일보의 이번 주 보도에서는 이러한 해설성과 심층성이 크게 돋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최근 우리 사회의 핵심적인 사안들은 북한 핵개발 계획, 제8차 남북 장관급 회담 및 대선주자들의 행보였다. 이 사안들을 다루는 데 있어 신문의 장점인 기사들 사이의 연계와 기획 및 특집을 통해 풍부하고 심도있는 접근을 하였다.

북한 핵개발 계획은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접근했다. 첫째가 미국의 반응이고, 둘째는 북한의 대응이며, 셋째는 우리 정부의 사전 정보 포착 및 대응에 관한 것이다. 미국의 반응으로는 '미, 제네바 핵 합의 파기 간주'(21일자 1면), '핵폭탄 2개분 농축우라늄-미 "북 30kg보유" 한국에 통보'(25일자 1면) 등이었다. 북한의 반응으로는 '북, 사태 심각하게 보고 있다'(22일자 3면), '북한 '선 핵포기'거부, 미에 불가침조약 제안'(26일자 1면) 등으로 북한도 핵문제를 미국과 대화를 통해 풀고자 한다는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대응 역시 관심사였다. 이러한 중대한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느냐 여부와 대응 방안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나아가 때마침 전개됐던 제8차 남북 장관급 회담의 성과와 결부시켜 접근했다.

이러한 연계보도 형식(network format)은 단순한 해설기사나 기획기사의 차원을 넘어서는 다각적이고 다차원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해주어 이해를 높였다고 본다. 독자들은 연계보도 형식을 통해 북한의 핵 개발계획 사안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아쉬운 점은 이 세가지 관점들 가운데 미국의 반응이 중심이 되고 있으며, 관련 기사들도 주로 미국 미디어에서 발췌한 것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또 우리 전문가들의 견해보다는 미 전문가들의 견해(22일자 4면) 중심으로 취급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이 사안을 둘러싼 정치권의 반응들이 상대적으로 과다하게 취급된 느낌이다. 즉 사안 자체보다는 사안에 따른 정쟁적 측면이 부각됐던 것이다. 나아가 이 사안을 처리하는 데 있어 지나칠 정도로 북한에 대해 강경 일변도의 자세를 견지했고, 그것도 다소 흥분되고 감정적인 표현양식으로 피력하고 있어 냉철하고 이성적인 자세가 아쉬웠다.

'북핵과 경협 공존 안된다' '북핵 앞에 정파 없다'(21일자), '북의 '비핵화 선언'위반 어쩔 것인가'(22일자), '초당적인 대북경고 메시지'(24일자) 등의 사설에서 이러한 강경성이 잘 드러나고 있다.

대선주자의 행보에 관해서는 '대선 이것이 궁금하다'는 기획기사를 5회(19∼24일자)에 걸쳐 연재하면서 이번 대선의 변수에 대해 심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러한 기획기사를 통해 다양한 변수와 그에 따른 결과들을 예상할 수 있어 좋았다.

그러나 이 기획기사는 대선 입후보자들의 정견이나 정책의 차이를 심층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입후보자들 사이의 이해관계에 따른 합종연횡과 그에 따른 득실만을 전달해 기획기사의 의도를 의심받을 수도 있겠다. 요컨대, 신문의 가장 큰 장점인 심층성을 잘 살리고 있지만 일부 기사에서는 그 심층성이 적절하지 못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어 아쉽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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