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 정상 발언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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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멕시코를 방문 중인 김대중 대통령은 27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고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3국 간 공조를 강화키로 합의했다.

다음은 임성준(任晟準) 대통령 외교안보수석,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관방 부장관의 개별적인 브리핑 등을 토대로 구성한 3국 정상들의 발언록이다.

◇金대통령=부시 대통령이 실시해 온 테러와의 전쟁, 지도력, 핵무기 문제에 대한 대응을 평가한다. 또한 고이즈미 총리의 냉정하고 강력한 대응을 평가한다.

북한 핵 문제에 강한 우려를 갖고 있으며 앞으로도 평화적 해결을 위해 끈기있게 노력해 나갈 예정이다.

최근 평양에서 개최된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북측에 핵 문제의 신속하고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앞으로 남북 국방장관 회담이 개최되는 경우에도 (북한 핵 문제를) 최우선 사안으로 다뤄나갈 예정이다.

우리 국민 모두 북한의 핵(개발)에는 반대하며, 최근 여론조사는 국민의 85%가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지지하고 있다.

제네바 합의가 중대한 손상을 입은 것은 사실이나 이 문제에 대해서는 주의깊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제네바 합의에 의해 북한의 플루토늄 개발을 중단시켜 온 것이 사실이며, 북한의 플루토늄 계획에 대해 새로운 위기가 조성돼서는 안된다.

3국이 철저한 공조를 통해 북한이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폐기토록 해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이번의 핵 문제가 한반도에 위기가 아닌 냉전 종식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3국 정상들이 서로 진정한 믿음을 갖고 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부시 대통령=미국은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해 언급한 바 있으며, 북한을 공격할 의도가 없다.

한반도 비핵화 및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해 미·중 간에도 공통의 이익이 있다.

북한은 우리의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으므로 다른 문제들과 함께 핵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갖고 있다. 우리도 북한의 평화적 행동을 요구하고자 한다.

한·미·일 3국 공조 및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중요하다. 이 문제의 해결에 낙관하고 있다. 계속적이고 위협적이지 않은 형태로 대응해 나가고자 한다.

이 문제가 해결되면 다른 문제들을 해결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렇게 되면 전 세계에 3국 정상들의 지도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제네바 합의는 매우 미묘한 문제임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 수습되지 않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방과 계속 협의해 신중하게 진행시켜 나가겠다.

◇고이즈미 총리=일·북 국교정상화 교섭은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이바지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며,

이 교섭에서는 납치 문제와 함께 핵 문제를 포함한 안전보장상의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을 예정이다. 국교 정상화 교섭은 핵 문제를 포함해 일·북 평양선언의 완전한 준수없이는 타결되는 일이 없다.

북한의 핵 개발 문제, 특히 농축 우라늄 핵 프로그램은 동북아 지역, 나아가서는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에 매우 심각한 문제다. 일본은 이를 일본 자신의 안전보장상의 문제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중요한 것은 한·미·일 3국이 일치단결해 끈기있는 관여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지향하는 것이다. 북한에 대해 신속하고 검증 가능한 폐기를 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일·북 국교 정상화 교섭 및 남북 장관급회담 등의 채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북한에 대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있는 구체적 대응을 하도록 요구해 나가고자 한다.

로스 카보스=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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