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 사피엔스 페이스 달루이시오 지음, 신상규 옮김 김영사, 2만4천9백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7면

1996년 일본의 혼다연구소는 10년에 걸쳐 수천만달러를 투입한 비밀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인간처럼 걸을 수 있는 로봇을 등장시킨 것이다. 평지를 걷고 문을 열고 코너를 돈 다음 계단을 올라가는 능력을 가졌다. 연구소는 기계가 생물의 행동을 모방하는 데에 따르는 무궁한 어려움을 계속적인 개량으로 극복하고 있다.

인공지능·컴퓨터 과학·기계공학·심리학·해부학 등 여러 학문의 종합인 로봇공학은 상상을 초월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라이트 형제가 최초의 비행기를 띄운 지 불과 66년 만에 인류는 달을 밟았다. 게다가 컴퓨터 칩의 성능은 1년6개월마다 두배로 향상되고 있다(무어의 법칙). 로봇 연구자들은 앞으로 20년 안에 기계의 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앞지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을 정도다.

이 책은 로봇 공학의 최신 연구 성과를 담은 대표적인 대중서다. 미국의 유명 저널리스트 페이스 딜루이시오가 인류의 미래를 바꾸어 놓을 로봇을 디자인하고 만들어내는 세계 각지의 연구소를 탐방하고 썼다. 로봇이란 인간의 복잡한 행위를 수행할 수 있는 인간 비슷하게 생긴 기계, 혹은 자동제어에 의해 움직이는 장치 전체를 일컫는다.

책은 제작·개발자들과의 광범위한 인터뷰, 막후의 일화를 담고있는 현장 노트,그리고 기술적인 핵심에 대한 알기쉬운 설명들을 두루 담고있다. 과학기술 분야의 세계적인 사진가 피터 멘젤이 현장감 넘치게 촬영한 1백여대의 로봇사진도 돋보인다.

"인간의 삶은 필연적으로 로봇과 공존할 수 밖에 없으며, 나아가 우리의 신체뿐 아니라 의식활동 조차 현재의 호모 사피엔스에서 로보 사피엔스로 진화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조현욱 기자 poemlov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