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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편의 '아침 詩 편지' 모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6면

올해 환갑을 맞은 천양희 시인은 한국 시단의 대표적 여성 시인이다. "모든 산 것들을 본래보다 더욱 강렬하게 생동케 만드는 장한 신명의 시인"(시인 김사인)이란 말처럼 시인의 글은 결핍의 세상을 사랑으로 보듬는다.

그가 이번에 엮은 『흘러가는 것들은 눈물겹다』는 지난 3월부터 석달간 본지에 연재했던 '시가 있는 아침'을 고쳐 펴낸 시집이다. 여성 시인으로는 처음으로 눈 밝은 독자들의 아침을 상큼하게 열어주는 '시가 있는 아침'을 연재했다. 그래서 책은 수많은 시 엮음집 중에서 여성 시인의 눈을 통해 바라본 시와 세상 풍경을 담고 있다는 의미가 있다.

책에는 김지하·이성복·김용택·안도현·박라연·나희덕 등 한국시단을 이끌고 있는 63명 시인들의 시가 실려있다.

천시인의 설명은 다음과 같은 식이다. "정신없이 호박꽃 속으로 들어간 꿀벌 한 마리/나는 짓궂게 호박꽃을 오므려 입구를 닫아버린다/꿀의 주막이 금세 환멸의 지옥으로 뒤바뀌었는가/노란 꽃잎의 진동이 그 잉잉거림이/내 손끝을 타고 올라와 가슴을 친다"(유하 '사랑의 지옥-서시' 중)

이 시를 독자에게 권하며 저자는 "사랑이 매혹인지 환멸인지 말하지 마라. 사랑할 땐 말보다 침묵이 더 절실한 것. 사랑은 설명할 수 없어 왜냐하면, 왜냐하면, 누구나 늘 왜냐하면으로 그친다. 마치 황새처럼, 낙타처럼.

황새는 울대가 없어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고, 낙타는 눈이 늘 젖어 있어 따로 울지 않으니…사랑은 그런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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