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 추격 반집쇼 박영훈 4연승 질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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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소년기사 박영훈3단(17·사진)이 한·중·일 국가대항전인 4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또 다시 1승을 추가해 중국과 일본의 최강자들을 상대로 파죽의 4연승을 거뒀다.

박3단은 25일 베이징(北京)의 징광(京廣)호텔 특설대국장에서 열린 일본의 2장 장쉬(張)7단과의 대결에서 종반 끈질긴 추격 끝에 2백33수 만에 백으로 반집승을 거둬 나흘 연속 승점을 올리며 1라운드 네 판을 혼자 휩쓸었다.

각국 5명의 대표가 연승전으로 겨루는 이 대회에서 한국의 선봉장으로 출전한 박3단은 22일의 개막전에서 중국의 신예강호 구리(古力)7단을 불계로 제압했고 23일엔 일본의 기성이자 일인자인 왕리청(王立誠)9단마저 불계로 격파하더니 24일엔 중국의 창하오(常昊)9단, 25일엔 일본의 장쉬7단을 연속으로 꺾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지난 10년간 국가대항전 무패를 기록해온 한국은 이번에 조훈현9단, 이창호9단, 김승준7단, 윤현석7단, 박영훈3단 등 5명으로 대표팀을 구성했으나 유창혁9단과 이세돌3단이 선발전에서 탈락하자 전력면에서 역대 최강의 멤버를 갖춘 중국·일본에 밀린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첫 타자로 나선 박3단이 일당백의 활약으로 4연승을 거둠으로써 그 같은 우려는 깨끗이 사라졌다. 현재 한국은 5명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반면 중국과 일본은 3명씩만 남은 상태.

중국 국영 CC-TV가 생중계로 전국에 방송한 이 대회에서 어린 나이에도 깊은 지략과 과단성있는 행마로 연승을 이뤄낸 박3단은 지난해 프로 입문 2년 만에 국내 기전에서 우승하고 올해는 각종 국제기전의 본선에 진출하는 등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천재형 기사.

감각이 유연하고 타개에 능한 기풍을 지닌 박3단은 이번 대국에서도 주로 '선실리(先實利) 후타개(後打開)'의 전법으로 승리했다.

박3단이 과거 서봉수9단이 단체전에서 기록한 '9연승' 신화를 깰 수 있을지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1라운드를 끝낸 농심배는 11월 23∼28일 부산에서 2라운드를 치를 예정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daroo@joongang. co. kr

<기보해설>=냉정하게 말해서 백을 쥔 박3단이 고전한 한판이었다. 특히 백1로 움직였을 때 장쉬의 흑2가 폐부를 찌르는 강수여서 백은 일촉즉발의 위기에 처했다. 이 대목에서 박3단은 힘든 전면전 대신 우측을 모두 내주고 19까지 하변에서 보상을 얻는 유연한 대응으로 오히려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고 끝내 반집 역전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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