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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앙시평

불안 바이러스가 심상치 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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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소비시장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물가불안, 식품안전성 불안 등이 대두되면 시장에서 반응하는 소비자의 태도는 엄격해진다. 모든 말초신경을 곤두세우고 상품 구입 시 물건 하나하나를 따지고 분석한다. 가격 대비 가치를 찾아 눈을 돌리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광고도 그들의 불안코드에 맞춰지게 돼 있다. 감성적인 이미지 광고는 줄어들고 가격이나 혜택 혹은 안심 소구형 광고로 바뀌는 것이다. 톱 모델의 이미지로 일관하던 아파트 광고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나, 포인트 혜택을 현실화하는 카드 광고들이 그것이다.

이것은 소비자에게 불안을 제거하고 올바른 상품선택의 길을 찾게 하기 위한 커뮤니케이터들의 내비게이션 장치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소비자 심리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일 뿐이다. 그리고 소비자가 스스로 판단해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길을 갈지 선택할 여지도 없이 막막한 사막 한가운데에 갇힌 형국이라면 어떨까. 오늘 우리의 모습이 그렇다. 최근 불안이라는 단어와 함께 검색되는 뉴스 키워드는 한둘이 아니다. 경기 불안은 집값 불안, 물가 불안을 낳고 정치 불안은 대북관계 불안, 미래 불안을 낳는다. 불안 심리가 집단적 동요 현상으로 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 최근 들어 아동 성폭행 뉴스는 부모들에게는 공포의 대란처럼 들린다. 지난 1년간 모 포털을 통해 노출된 ‘아동성폭행’이란 검색어는 5286건이나 된다. 그보다 한 해 전에 481건이 나타난 것과 크게 대비된다. 왜 급격히 늘었을까. 그리고 우리는 친서민 정책에 대한 친근한 아이디어 한 자락 들은 바 없이 공공요금 인상 발표를 먼저 들었다. 공산품 가격 등 전반에 걸친 가격인상 도미노는 어떻게 할 것인가. 불안을 점점 더 가중시키는 참 친근해지기 어려운 선택을 했다. 천안함, 세종시 등의 정치 사안부터 가계부채, 실업, 은퇴 등 경제 사회 이슈에 이르기까지 모두에 불안 심리가 걷히질 않고 있다. 두려운 것은 서서히 내재된 불안감이 집단적 동요심리로 인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훨씬 더 큰 불안 심리를 조성하는 데 있다. 이른바 불안 트렌드가 형성되는 것이다. 트렌드는 강한 에너지를 갖고 있어 반드시 현 사회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럼 어떻게 막을 것인가. 정치·경제 리더들은 과거의 성공체험이 오늘에도 적용된다는 오만, 즉 휴브리스(hubris: 성공체험의 우상화)에서 벗어나 진정한 명분을 세우고 헛된 욕심을 버려야 한다. 며칠 전 훈훈한 뉴스가 전해졌다. 미국의 억만장자 40명이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약속이다. 그들이 약속한 금액은 우리 돈으로 175조원이란다. 이들이야말로 좌절로 지친 이들에게 희망의 길로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숙제를 안고 떠난 휴가에서 돌아왔다. 그에게서 더 이상 불안하지 않은 우리 대한민국의 행복한 홈그라운드로 돌아갈 희망 내비게이션을 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유재하 UCO마케팅그룹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