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ORLD SERIES 2002>'골든 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1면

거인이 끈질긴 반격끝에 마침내 '환희의 종(Bell)'을 울렸다.

3-3 동점을 이룬 8회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데이비드 벨(사진)의 결승타가 터지는 순간, 홈구장 팩벨파크를 가득 메운 4만2천7백여명의 관중은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벨이 울린 장중한 벨소리에 애너하임 에인절스의 신데렐라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의 연승 행진도 마침표를 찍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24일(한국시간)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4-3으로 승리를 거둬 2승2패로 시리즈의 균형을 맞췄다.

자이언츠는 초반 0-3으로 끌려갔으나 5회말 리치 오릴리아의 적시타와 제프 켄트의 희생플라이, 베니토 산티아고의 동점타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후에는 탄탄한 불펜진 싸움이었다. 에인절스는 벤 웨버와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를 내세웠고, 자이언츠는 펠릭스 로드리게스와 팀 워렐로 맞섰다.

포스트시즌에서 5승 무패를 기록한 로드리게스의 위력은 여전했다. 7회말 마운드에 오른 로드리게스는 자이언츠의 중심 타선을 삼자 범퇴로 되돌렸다. 앞선 타석에서 3연속 고의 볼넷을 기록한 배리 본즈도 로드리게스의 구위에 눌려 1루 땅볼로 물러났다.

그러나 승부처가 된 8회말, 자이언츠의 선두타자 J T 스노가 우전안타를 때린 뒤 에인절스 포수 벤 몰리나의 패스트볼이 이어져 무사 2루가 되자 로드리게스는 급격히 흔들렸다.

레지 샌더스가 번트 실패로 물러난 1사2루, 데이비드 벨이 타석에 들어섰다. 벨은 할아버지 거스 벨, 아버지 버디 벨에 이어 3대째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야구집안 출신. 이 '야구 가문의 자존심'이 스무살 투수의 패기를 눌렀다.

로드리게스의 야심찬 2구째 빠른공이 홈플레이트에 이르는 순간 벨의 방망이가 날카로운 파열음을 냈고 타구는 유격수 옆을 스치듯 빠져나가 중전안타가 됐다. 2루주자 스노가 홈을 밟기에 충분한 안타였다.

4-3으로 전세를 뒤집은 자이언츠는 9회초 마무리 롭 넨을 내세워 에인절스의 추격을 막았다. 에인절스는 1사후 대타 애덤 케네디가 우전안타를 뽑아내 희망의 불씨를 살렸으나 후속 브래드 풀머가 유격수 병살타를 쳐 허무하게 경기의 막이 내렸다.

승부의 분수령이 될 5차전은 25일 벌어지며 제러드 워시번(에인절스)과 제이슨 슈미트(자이언츠)가 선발로 맞붙는다.

이태일 기자

pineta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