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銀, 국내은행에 매각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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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정부는 조흥은행을 국내 은행에 합병시키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특히 당장 조흥은행의 경영권을 인수할 만한 국내 은행이 나타나기 어려운 점을 고려, 일단 일부 지분을 조건부로 넘긴 뒤 추가 지분의 우선 매입권을 주거나 인수대금의 분할 납부 또는 주식교환 방식 대금지급 등을 허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조흥은행 지분을 찔끔찔끔 팔기보다는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을 국내 은행에 파는 게 법인세 절감 효과 등으로 높은 값을 받을 수 있으며 은행 산업의 발전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정부 안에서 제기되고 있다. 하나은행에 매각된 서울은행처럼 처리하자는 의미다.

정부는 조흥은행 지분 매각 주간사인 모건스탠리와 삼성증권을 통해 10여 기관투자가에게 보낸 투자의향서에서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80.04%의 지분 중 일부를 매입하는 방안과 경영권까지 가져갈 정도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함께 제안했다.

그러나 국내 금융회사 가운데 조흥은행 지분 80.04%를 현금주고 살 곳은 없는 실정이다. 액면가(5천원)로만 쳐도 정부 지분의 가치는 2조7천여억원에 달하는 데다 최근 주가까지 떨어져 매각이 성사될지 불투명한 것이다.

때문에 정부는 인수대금을 나누어 내거나 서울은행처럼 주식교환 방식으로 지급하는 '당근'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지분을 인수하는 국내 은행에 추가 지분을 우선적으로 매입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정부와 예금보험공사는 입찰제안서를 검토, 구속력 없는 계약을 한 뒤 조흥은행에 대한 실사와 가격협상을 거쳐 11월 말에는 구속력 있는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조흥은행은 독자 생존이 가능하고 '조흥+신한' '조흥+외환' 등의 합병 조합은 모두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라며 정부 주도의 합병 움직임을 경계하고 있다.

한편 이날 증시에서는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합병설이 불거지며 관련 종목의 주가가 출렁거렸다. 증시에서는 김영주 재정경제부 차관보가 지난 17일 "어느 은행이든 대형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며 그런 차원에서 접촉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힌 것이 '자발적 합병'을 독려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허귀식 기자

ksl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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