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지지율 주춤에 급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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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4자연대가 무산위기로 치닫고 있다.

정몽준(鄭夢準)의원의 '국민통합21'이 독자신당 창당 계획을 선언하고 민주당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 내부에선 鄭의원에 대한 회의론이 퍼지고 있다. 통합신당 참여 유보를 결정한 자민련에 이어 이한동(李漢東)의원도 독자신당 창당을 서두르고 있다.

◇지지 하락에 주춤=민주당 후단협은 잇따른 여론조사에서 鄭의원의 지지율이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자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탈당을 공언했던 의원들이 하나 둘 발을 빼고 있다.

지난주 탈당 결의까지 한 경기도 의원 9명은 예정됐던 모임을 전격 취소했다.

강경파로 꼽히던 강성구(姜成求)의원은 "모두들 주춤거리고 있어 혼자 탈당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고, 박상희(朴相熙)의원도 "처음엔 鄭의원으로 단일화하면 무조건 이긴다는 분위기 때문에 그쪽으로 쏠렸는데 지금은 이긴다는 보장이 없으니 의원들이 안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鄭의원 측이 여전히 개별 입당을 요구하는 데 대한 불만도 깔려 있다. "鄭의원 측이 지지율이 높으니 가만히 있어도 다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郭治榮의원)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한화갑(韓和甲)대표 주변의 기류도 바뀌고 있다.

문희상·배기선·설훈 의원 등 韓대표와 가까운 한·미포럼 회원 14명은 별도 모임을 열고 "11월 초까지 盧후보를 중심으로 가다 안되면 정권 재창출을 위해 盧후보 스스로 결단을 내리도록 해야 한다"며 선(先)盧후보 지지로 의견을 모았다.

◇구정치와 선긋기=鄭의원 측도 4자연대 참여에서 '독자신당 창당→개별 영입'으로 전략을 바꿨다.

鄭의원은 전주방송 토론회에서 "획기적 변화를 위해선 같이 하는 분들이 최소한 희생·헌신할 수 있는 분들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옥석(玉石)을 가리겠다'는 방침으로 돌아간 셈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입장에 대해 "쉽게 유혹에 빠지면 낡은 정치세력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참신성과 개혁 이미지를 강조하는 鄭의원은 4자연대가 구정치세력의 이합집산으로 비춰지면서 오히려 지지도를 깎아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지원설'이나 '배후설'도 부담으로 느낀 것 같다. 鄭의원이 독자 신당 추진으로 방향을 바꾼 배경이다.

하지만 4자연대가 완전히 물건너 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후단협이 아직 鄭의원 지지의사를 포기한 것이 아니고, 鄭의원 역시 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민련은 자민련대로 선뜻 한나라당과 제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정민·박신홍 기자

jm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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