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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금융은 제외" 막판 버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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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한·칠레 간 회담이 나흘 동안의 밤샘 마라톤 협상에도 불구하고 타결에 실패했다.

마지막 걸림돌인 금융시장 개방 문제에 관한 이견을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 측은 "사흘 안에 수용 여부를 결정해 통보하겠다"고 제의해 일단 시간을 벌었다. 그러나 칠레 측은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우리가 칠레 측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할 경우 협상 전체가 원점으로 돌아갈 상황에 몰리게 됐다.

◇왜 타결 못했나=칠레는 협상 막바지에 예상치 못했던 '금융시장 개방 제외'를 완강하게 주장했다. 금융기관에 대한 외국인 투자 자유화와 핫머니에 대한 규제완화 등을 예외로 하자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제네바 협상팀은 재정경제부에 급히 지침을 구했다. 재경부는 이에 "금융 서비스는 상품 교역 못지않게 중요한 분야"라며 양보할 수 없는 사항이라는 훈령을 협상팀에 전달했다.

칠레는 유럽·미국과의 FTA에서도 금융시장 개방을 인정했는데 우리와의 협상에선 예외로 해달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와 관련, 통상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임기 내 타결을 의식한 우리 정부의 협상 자세에 대해 칠레가 최대한 자국에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기 위한 버티기 작전을 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협상 쟁점은=당초 협상 초기에는 사과·배 등 우리에게 민감한 농산물의 제외 여부가 관건이었다.

우리는 농업에 타격이 큰 만큼 이를 협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칠레는 자국산 농산물들을 예외로 할 경우 FTA의 실효가 없다며 반대해 협상이 1년여 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가 사과·배 대신 일부 농산품을 일정 물량 의무 수입하는 방식을 제안하자 협상이 급진전돼 예외 품목을 두는 방식으로 타결 직전까지 갔었다. 특히 포도·홍어·정어리 등 일부 농수산물에 대해선 5∼16년 동안 단계적으로 관세를 철폐하고, 한국산 자동차·휴대전화·컴퓨터·경유·기계류 등에 대해 무관세 적용 방침을 얻어낸 것은 긍정적인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협상 어떻게 진행됐나=한·칠레 양국은 1998년 자유무역협정 추진에 합의한 뒤 그간 세차례의 실무 협의와 여섯차례의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해왔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세계 어느 나라와도 FTA를 맺지 못하고 있어 칠레와 협상이 타결됐으면 칠레는 우리의 첫 FTA 협정국이 되는 상황이었다.

홍병기 기자

klaatu@joongang.co.kr

▶1998. 11 양국 정부, FTA 추진 합의

▶1999. 9 한·칠레 정상회담(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FTA 체결 위한 협상 개시 합의

▶1999. 12 1차 협상(산티아고):협상 일정 합의

▶2000. 2 2차 협상(서울):양국 간 협상안 교환

▶2000. 5 3차 협상(산티아고)

▶2000. 12 4차 협상(서울)

▶2001. 3 실무협의(산티아고):사과·배 예외 요구로 협상 중단

▶2002. 2 1차 실무 협의(LA):협상 재개 합의

▶2002.8 5차 협상(산티아고):양국 협상안 재교환

▶2002. 9.13∼15. 2차 실무협의

▶2002. 10.10∼11. 3차 실무협의

▶2002. 10.18∼21. 6차 협상(제네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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