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핵파문]"北核 정보 3년전 입수…'햇볕' 위축될까 숨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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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1일 정치권에선 북한이 농축 우라늄 방식으로 핵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정보를 정부가 1999년에 입수하고도 이를 공론화하지 않은 사실이 논란이 됐다. 한나라당은 정부가 햇볕정책이 훼손될까 두려워 북한의 핵개발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고 총공세를 폈다.

서청원(徐淸源)대표는 "정부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 정보를 입수, 미국에 전달하고도 그동안 숨겨온 것은 경악할 일"이라며 "현대가 관광을 통해 준 4억 달러와 현대상선을 통해 비밀리에 지원한 4억 달러가 북한 핵개발의 단초가 됐을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은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보를 도외시한 채 북한이 핵개발을 하도록 방치하고 현금까지 지원한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다"며 대통령의 사과와 관련자 처벌을 촉구했다.

논란은 오후에 열린 국회 국방위로 옮겨 붙었다.

한나라당 박세환(朴世煥)의원은 "정부는 지난 17일 미국의 공식 발표 이전까지 북한의 핵 개발 의혹에 대해 국민에게 단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았고, 정상회담 등 수차례의 협상에서도 거론조차 안했다"고 지적했다. 朴의원은 "햇볕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은폐한 것 아니냐"고 이준(李俊)국방장관을 몰아세웠다. 강창성(姜昌成)의원은 "북한의 핵 보유를 알고도 모른 척 했다면 북한의 핵무기 생산을 비호해 온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만섭(李萬燮)의원도 "현 정부가 너무 '햇볕'만 강조하다 안보를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고 거들었다.

李장관은 답변에서 "99년 미국에 건넨 정보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에 필요한 자재를 해외에서 구입하려 한다는 것"이라며 "국방부는 그 뒤 의심을 갖고 계속 체크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도 "최초 첩보는 아주 초보적인 수준으로 국민에게 알릴 만한 내용이 아니었으며 지난 8월에야 미국에서 한 단계 더 나간 정보를 통보받았다"며 "햇볕정책 때문에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천용택(千容宅)의원은 "참고자료를 미국에 통보한 것을 가지고 마치 정부 간의 정보교류가 있었던 것처럼 국방부가 부풀려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서승욱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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