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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4대 강 제대로 살리고 갈등해결의 새 물길 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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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사회 갈등으로 굽이쳐온 ‘4대 강 갈등’에 커다란 가닥이 잡히고 있다. 원천적 반대와 사업 중단을 요구해온 민주당과 민주당 소속 시·도지사들이 ‘원론찬성, 부분협의’로 입장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야당의 선회(旋回)는 환경보호를 내세워 사업에 강력히 반대해온 일부 시민단체·종교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런 변화는 4대 강 착공 1년8개월 만에 이뤄지는 것이어서 그야말로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사업의 미래를 위해선 다행스러운 것이다.

4대 강 사업은 수량 확보, 수질 개선, 홍수 예방, 수변(水邊) 이용을 위해 필요한 백년대계의 국토개발이다. 이런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사업이 ‘갈등의 상류’에서 요동친 데에는 정부의 밀어붙이기 식 사업방식과 홍보부족이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영산강이나 낙동강부터 하는 순차개발을 왜 하지 못하는 것인지 정부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대선이 있는 2012년 말 동시에 완공되는 스케줄에 대해 야당이 ‘제2의 청계천’이라는 불안감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4대 강 사업은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정권이 전문가의 실력을 모아 책임을 지고 진행하는 정권 국책사업이었다. 보와 준설을 둘러싼 논란은 끝이 없는 것이니 일단 정부를 믿고 지켜보았어야 한다. 그리고 환경영향, 수변개발 방식 같은 문제는 장외가 아니라 장내에서 토론을 해야 하는 문제였다. 그러나 민주당·민노당과 일부 시민·종교단체는 4대 강을 토목·환경의 과학이 아니라 정치·선동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비생산적인 투쟁을 벌였다.

“대운하를 하려는 것이다” “생태계가 전부 파괴된다” 같은 극단적인 주장은 2008년 여름 촛불파동 때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등장했던 미신(迷信)적 구호와 비슷한 것이었다. 야당은 선거 때 마다 ‘4대 강 중단’을 외쳤으며 야당 도지사들은 6·2 지방선거 승리를 들어 사업 중단투쟁을 공언하기도 했다. 7·28 재·보선을 앞두고는 야당과 시민단체는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대규모 장외 투쟁을 벌였다. 7·28 재·보선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자 이들의 ‘4대 강 투쟁사업’은 동력을 잃었으며 결국 조건부 찬성으로 돌아야 했다. 선거결과도 결과지만 4대 강 유역 주민의 찬성여론과 지역의 현실적인 개발이익을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4대 강 파동은 선거·정치구호와 현실 사이의 거리를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야당과 도지사들이 늦게나마 이런 거리를 인식하고 현실 수용론으로 돌아선 것은 다행이다. 민주당 내 일부 강경론자들은 입장선회를 비판하면서 ‘총궐기’ 운운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일부 시민·종교단체에도 남아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본류가 아니라 지천(支川) 같은 의미 없는 주장이다. 정부는 어렵사리 조성된 원론 찬성의 분위기를 잘 활용해 소통에 더욱 진력해야 한다. 수변 개발과 지류 오염원 정비 같은 부분에선 지역 자치단체와 진지하게 협의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4대 강을 제대로 살리고 소통과 양보·타협이라는 정치문화의 새 물길도 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