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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앙시평

4대 강 사업 ‘조건부 찬성’엔 이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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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이러한 신임 시·도지사들의 통보를 놓고 지역은 물론이고 중앙의 정치권에서도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당장 야당이 4대 강 살리기에 대해 입장을 바꿔 ‘수용했다’는 섣부른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야당은 보(洑)와 준설(浚渫)을 전제로 하는 4대 강 살리기의 문제점까지 온전히 수용한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조건부’라고 선을 그었다. 야당이 이런 꼬리를 단 건 정치적 후폭풍을 염려한 때문이다. 어쨌건 야당 소속인 신임 충남·북 지사들이 ‘조건부 찬성’으로 돌아선 건 4대 강 사업에 새로운 국면을 만들었다. 그 변화의 방향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사들이 입장을 바꾼 배경부터 살펴봐야 한다.

이러한 대응이 나오게 된 가장 첫 번째 이유는 시·군의 이해관계다. 우선 4대 강 사업의 시설 공사에 재료나 공구를 공급하는 지역 소상공인들의 생계가 걸려 있다. 또 이 사업을 계속 추진하지 않으면 1900억원이 넘는 국비(國費)가 투입되는 사업비가 당장 끊기게 되는 것을 우려하는 시·군들이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제 막 선거를 치르고 업무를 시작한 신임 시·도지사들로서는 역내 시·군들의 요구를 거부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4대 강 관련 사업들의 추진 공정률과 내용이다. ‘금강 살리기’가 진행되고 있는 충남도의 경우는 총 9개 공구로 나뉘어 있다. 이 중 4개 공구에 대한 사업추진이 충남도에 위임돼 이뤄지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해당 자치단체장에게 물은 것도 바로 이 4개 공구사업의 계속 여부에 대한 것이다. 물론 해당 지사가 이를 중단한다고 해도 지역 국토관리청을 중심으로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하지만 이 4개 지역(논산 강경지구, 부여 장암지구, 금산 대청지구, 연기 미호지구)에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반대했던 보와 준설 공사가 없고, 대체로 하천의 수질개선과 관련된 사업이어서 거부할 명분이 약하다. 이 지역의 사업 추진율도 대체로 20% 미만이어서 ‘협의’할 여지도 많이 남아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야당 소속 시·도지사들이 4대 강 살리기 사업을 완전히 수용한 것으로 해석하는 한나라당의 반응은 섣부른 측면이 있다. 지역의 이해가 걸린 부분은 받아들이지만 그 밖의 것은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결정적인 충돌은 보와 준설 공사가 본격화되는 단계에서 일어날 수 있다. 환경단체들의 반대 입장도 바로 이 지점과 맞물려 있다. 복잡한 지역 이해관계로 일단 자치단체장들이 조금은 태도를 바꾸었지만 정부는 4대 강 사업을 합의해 추진해 나갈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 가야 한다. 부분적인 수용에 불과한 것을 백기를 들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중앙정부의 위임사무이니 밀어붙이면 된다는 낙관적 기대를 갖고 기존의 추진 방식을 고수한다면 또다시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4대 강 살리기 사업에서 환경 문제를 해소하고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시민사회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이른바 4대 강 살리기 거버넌스를 통해 환경적 가치를 강조하고 확산시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치단체장들의 ‘조건부 찬성’은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합일점 없이 평행선을 달리는 것은 집권 후반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장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사업추진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협의장치다. “받아들였으니 됐다”가 아니라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을 협의하고 확산시키겠다는 책임 있는 정부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최소한의 협의장치는 충분하지 못했던 환경적 영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담보해갈 것인가를 중심으로 가동돼야 한다. 4대 강 살리기 사업의 진정한 효과는 시간으로 계산되는 것이 아니라 질적인 변화로 계산될 때 확보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는 정부도 시민사회도 적극적으로 협의할 자세를 갖춰야 한다.

정연정 배재대 교수·공공행정학

◆약력=숙명여대 정외과, 서강대 정치학 석사, 미 일리노이대 시카고대학원 정치학 박사, 대통령직인수위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