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직장인들 사교공간 '파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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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파티에서는 정말 멋진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많은 것을 배우는 것 같아요. 그들과 문화와 사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파티를 좋아하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요."

최근 서울 압구정동의 바에서 열린 사교 파티의 흥분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다는 김희영(한화그룹 근무)씨는 요즘 파티에 참가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파티가 젊은 직장인들의 새로운 놀이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독신가구 수가 2백20만을 넘어서며 경제적인 안정을 배경으로 자유로운 삶을 즐기려는 '나홀로족'이 늘어나면서 더욱 확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파티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기존 결혼정보회사에서도 파티를 회원들에 대한 특별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클럽프렌즈(www.clubfriends.co.kr)나 파티즌(www.partizen.com) 등은 파티만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들이다. 회원에게서 30만∼40만원의 연회비를 받고 다양한 주제의 파티를 월 4∼6회 정도 열고 있다. 선우·듀오·퍼플스·피어리·닥스 등 결혼정보업체들도 파티 프로그램을 마련해 미팅과 파티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여성 포털 사이트·커뮤니티 서비스 제공 업체, 심지어 일부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도 회원들을 대상으로 파티를 열고 있다.

◇늘어나는 파티=파티 시장은 매년 1백5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파티에 참석하는 인원은 지난해 5만여명에서 올해에는 7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업계 관계자는 내다보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미혼인 젊은 직장인임을 감안한다면 해당 인구의 1%를 웃도는 정도로 아직은 그리 많지는 않다.

파티 자체가 외국에서 들어온 문화라는 심리적 거부감이나 우리 전통의식과의 거리감이 그 원인으로 지적된다. 또한 외국처럼 각 개인이 안면이 있는 사람들과 여는 파티가 아니라 전문업체 주최의 영리적 파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파티문화는 주로 서울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참석자들의 다수가 20∼30대로, 자기 자신을 솔직히 표현하는 외향적·적극적 성격의 소유자들이다. 물론 파티를 통해 사회성을 키우려는 사람들도 있다.주로 외국에서의 오랜 유학생활로 국내생활에 적응하기 힘든 유학파나 평소 소극적이라서 자기 표현이 부족한 사람들,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기를 꺼리는 내성적인 사람들이다.

◇파티의 매력은=이성을 만날 기회를 갖는다는 점은 물론이고 인위적인 만남이 아닌 자연스러운 대화와 좋아하는 취향의 상대방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과 다른 배경·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학교나 직장이 아닌 공간에서 만난다는 것도 색다른 경험으로 작용한다.

클럽프렌즈의 한 여성회원은 "타인에게 말을 거는 방법, 여러 사람 앞에서 자신을 홍보하는 방법, 남을 이해하고 같이 어울리는 방법 등을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파티는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이 필요로 하는 폭넓은 사교성를 배울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파티장을 자주 찾는다는 현대중공업의 한 사원은 "말로만 세계화를 외칠 게 아니라 국제감각에 맞는 자신의 끼와 사고를 자연스럽게 분출할 수 있는 감각적인 문화를 창출하고자 하는 것이 이 시대 젊은이들이 추구하는 신세대 생활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유학생 전문 결혼정보회사인 퍼플스의 김유영 대표는 "파티를 단지 즐기기 위한 모임으로 국한시키기 보다는 파티 참가자들이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는 모임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권하 기자

khyo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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