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수호천사役 검찰 떠나도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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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사회에서 혜택을 많이 받았으니 이젠 낮은 곳을 향해 헌신의 길을 가고 싶습니다."

'청소년 지킴이'로 알려져 있는 서울고검 강지원(姜智遠·53·사진)검사가 18일 명예퇴직을 신청하며 밝힌 포부다.

그는 "퇴직 후 적성에 맞는 청소년 사업을 계속하고 싶다"면서 "학대받는 아동이나 매춘을 강요당하는 청소년과 여성들에 대한 법률 구호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姜검사는 또 "자연 속에서 친구와 우정을 나눌 수 있는 대안학교 '이우(以友)'의 설립과 내년 9월 열릴 '세계 효(孝)문화 축제' 준비 작업에 본격적으로 매달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검찰 인사권을 권력이 쥐고 있는 이상 정치검사란 말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적재적소 인사보다 연줄타기가 우선시되고 그러다 보니 각종 정치사건에서 상궤를 벗어난 수사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의 중립을 해치는 적은 외부에도 있지만 내부에도 있다"며 "검사는 정책 결정이나 인사에 기웃기웃해선 안된다"고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姜검사는 1997년 설립된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을 맡아 당시만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지 못하던 청소년 문제를 사회 공통의 관심사로 끌어올린 인물.

청소년 성매매범의 신상공개를 비롯해 전국의 유흥업소 밀집지역에 대한 청소년 야간 통행금지, 담배나 술을 파는 유해업소에 대한 과징금 부여제도 등이 그의 작품이다.

그는 당시 MBC-TV의 '이경규가 간다'에 정기 출연해 '청소년 지킴이'를 자임해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정부 산하의 청소년기구 통폐합을 추진하다 부처간 갈등을 빚자 임기 4년을 채우지 못하고 2000년 사직했다.

姜검사는 사법시험(18회)에 수석 합격해 78년 검사생활을 시작한 이후 서울지검 공안부와 특수부 등을 거쳤다. 그러나 89년 청소년 교화기관인 서울보호관찰소장을 맡으면서 스스로 인생의 방향을 바꿨다.

이후 한직인 서울고검 연구직을 자원해 청소년 문제 연구에 매달렸으며 검사로서보다 청소년 전문가로 더 알려지게 됐다. 부인 김영란(46)씨 역시 법조인으로 현재 서울지법 부장판사로 재직 중이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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