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플라즈마기술 활용 가정용 에어컨 세계 1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67면

LG전자는 2000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세계 가정용 에어컨 시장의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올해도 역시 1위 자리를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게 LG측 예상이다.

이런 개가는 KIST에서 개발한 기술이 성공적으로 이전된 데 힘입은 바 크다. KIST가 개발한 기술은 플라즈마 기술로 물질의 표면 성질을 바꿔주는 것이다. 그러면 에어컨 열교환기에 물방울이 맺히지 않는다. 열교환기에 맺히는 물방울은 전기를 많이 들게 하며, 에어컨의 냉방 능력을 크게 떨어뜨려 그동안 에어컨 생산업체의 골칫거리였다.

LG전자 DA사업본부 연구소 하삼철 박사는 "에어컨에 적용한 플라스마 기술은 환경 오염을 전혀 일으키지 않아 앞으로 청정기술로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KIST는 지난해 부도상태인 한일합섬에 무공해 인조섬유인 '리오셀' 생산기술을 전수해 재기의 꿈을 키우게 하고 있다. 리오셀은 '원진레이온'처럼 공해를 유발하지도 않고, 품질은 더 좋은 차세대 인조섬유. 세계 시장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일합섬은 지난 1년 동안 약 2천5백t을 생산해 절반 가량을 수출하기도 했다.

공공기술이 산업에 성공적으로 접목되고 있는 현장이다. 기술의 종류도 전자·섬유·화학·원자력 등 다양하다. 공공기술이 산업현장에 성공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아직 활성화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공공기술=대박'이라는 인식은 대기업에서부터 벤처기업에 이르기까지 산업현장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소 박경배 박사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방사성 신약 1호인 간암치료제 '밀리칸주'도 동화약품에 성공적으로 기술 이전됐다. 밀리칸주는 암을 수술하기 어려운 환자의 암덩어리에 주사해 암 세포를 죽이는 혁신적인 치료제라는 평을 받았다. 동화약품은 연간 1천만달러어치의 기술 수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벤처기업인 옵토켐㈜은 한국식품개발연구원으로부터 과일의 품질 측정 데이터와 노하우를 전수받아 개발한 휴대용 과일품질측정기로 세계 시장 석권의 꿈을 키우고 있다. 이 제품은 외국산보다 훨씬 간편하고 성능이 뛰어나며, 가격 경쟁력도 있다는 것이 이 회사측 설명이다. 휴대용 과일품질측정기의 국내 시장만 연간 약 1천억원대이며, 세계 시장은 연간 수조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이 개발해 불스원㈜에 이전한 차량 엔진오일 첨가제인 '불스원샷''불스파워'관련 기술도 관심을 끈다.

이 기술은 엔진의 내마모도를 기존 첨가제들보다 30% 이상 강화시켰으며, 휘발유 12% 절감, 소음 54% 감소 등의 효과를 거뒀다. 이에 따라 불스원이 내놓은 엔진오일 첨가제들은 운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자부품연구원에서 개발한 고선명(HD)TV용 주문형 반도체의 경우 우리나라가 HDTV의 세계 시장을 선점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공공기술이 산업 현장에 이전돼 성공한 사례는 많다.

박방주 기자

bpar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