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여성들 감금 윤락 강요" 比정부 손배소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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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주한 미군 기지촌 일대의 클럽 등에 감금된 채 윤락을 강요당한 필리핀 여성들이 국내 업주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추진키로 했다.

특히 이번 소송은 인권침해를 당한 자국 여성을 위한 배상 차원에서 필리핀 대사관이 직접 나선 것이다.

주한 필리핀 대사관의 노무관(勞務官)인 레이델루스 콘페리도는 16일 "경기도 동두천의 미군 기지촌 주변 클럽에 갇혀 윤락과 착취에 시달린 필리핀 여성 11명을 대신해 업주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소송 대리인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도움으로 선임했으며, 본국 정부로부터 인지대 등 일부 소송 비용을 지원받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손해배상 청구액은 1인당 2천만원선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대사관측은 필리핀 윤락여성의 실태에 대해 제보를 받고 직접 조사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조사 결과 지난 3월 예술흥행(E-6)비자로 입국해 경기도 동두천 C클럽에 취업한 필리핀 여성 11명이 여권을 빼앗긴 채 감금 상태에서 윤락을 강요당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들 중에는 만 17세 미만의 소녀와 성병에 걸린 상태에서 임신했다가 유산한 20대도 있었다고 대사관측은 설명했다. 이들을 감금했던 업주들은 대사관측의 제보로 지난 6월 처벌받았지만 필리핀 여성들도 강제 추방됐다.

한편 정부간 기구인 국제이주기구(IOM) 한국사무소는 이번 사건의 실태보고서를 제네바 본부에 제출했으며, 여성부와 합동으로 기지촌 주변 외국 여성들의 성매매 실태를 조사키로 해 유사한 소송이 늘어날 전망이다.

민변의 이상희 변호사는 "취업을 위해 입국한 외국 여성 중 상당수가 인권 사각지대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다. 이번 소송을 통해 한국의 인권상황에 경종을 울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승현 기자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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