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폭탄테러]"주모자는 중동계 외국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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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발리 폭탄테러 사건을 수사 중인 인도네시아 군·경 합동조사반은 "이번 사건의 실행범은 인도네시아인이지만 진두지휘한 주모자는 중동계 외국인"이라고 밝혔다고 현지 유력신문인 '코란 템포'가 1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리야미자드 인도네시아 군사령관의 말을 인용, "중동계 지도자 한명과 7명의 인도네시아인으로 구성된 범인들이 리모컨을 사용해 폭발물을 폭파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들은 이미 발리를 떠났다"고 밝혔다.

신문은 "발리 경찰의 한 수뇌부가 신문 보도에 대해 '수사당국이 갖고 있는 정보를 근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하고 "이는 수사가 알 카에다와 인도네시아의 이슬람 원리주의단체인 제마 이슬라미야(JI) 등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테러조직에 맞춰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또 테러범들이 가급적 많은 인명피해를 내기 위해 초강력 C4 플라스틱 폭탄과 가스통을 함께 터뜨리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수사팀의 한 소식통은 "C4 폭탄과 가스통을 함께 쓰는 방법은 2000년 12월 필리핀 대사가 크게 다친 자카르타 주재 필리핀 대사관저 폭발사건과 같은 해 발생한 예멘의 미 구축함 콜호(號) 폭파사건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자카르타 포스트는 이날 인도네시아 경찰이 폭발물 전문가인 전직 공군장교를 연행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AFP 통신을 비롯한 일부 언론은 데디 마스루킨이라는 이름의 이 전직 장교가 경찰 조사에서 "발리 테러에 사용된 폭발물을 직접 만들었다"고 자백한 것으로 보도했으나 부디 세티아완 발리 주경찰청장은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보도를 부인했다.

이와 관련,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도 발리 폭탄테러 배후 의혹을 받고 있는 JI 소속의 테러 용의자 네명을 검거, 구금 중이라고 밝혔다.

콸라룸푸르 경찰국의 노리안 마이 국장은 "이들이 싱가포르 소재 미국 및 서방국 공관들에 폭탄테러를 기도한 JI 소속"이라고 밝히고 "이 중 두 용의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훈련을 받아왔고 적어도 다른 한명은 오사마 빈 라덴 산하 테러단체인 알 카에다와 연계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발리 폭탄테러의 배후세력으로 알 카에다가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JI가 올 초 사우디아라비아인에게서 무기 구입자금으로 7만4천달러(약 9천만원)를 지원받았다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가 1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발리 테러에 사용된 폭약도 이 자금으로 구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덴파사르=강찬호 기자, 외신종합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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